향파 이주홍(向破 李周洪, 1906~1987)은 1920년대 등단하여 한국문단의 중심부에서 활동하다가 1947년 이후 부산으로 이주하여 부산문단을 이끌었다. 그는 요산 김정한(樂山 金廷漢)과 함께 부산문단의 기초를 놓은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10년대의 한국문학사를 이광수와 최남선의 2인문단시대로 규정한 적이 있었는데, 초창기의 부산문학사, 적어도 초기의 부산소설사는 이주홍과 김정한의 2인문단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주홍은 아동문학을 비롯하여 시, 소설, 희곡, 시나리오, 수필, 번역, 만문만화뿐만 아니라 연극 연출, 잡지 편집, 삽화, 서예, 작사 등에 이르기까지 문예 전반에 걸쳐 활동했다. 또한 〈윤좌(輪座)〉, 〈갈숲〉 등의 동인지, 〈문학시대〉와 같은 문예지의 창간멤버로 활약하면서 부산문학의 확산 및 재생산에도 크게 기여했다. 이처럼 이주홍은 부산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작가이자 여러 재능을 선보인 이채로운 작가이기에 연구자들은 일찍부터 이주홍을 주목했다. 주요 활동 분야였던 아동문학에 관한 연구를 중심으로, 생애사, 소설사, 연극사, 시가사, 미술사 등의 관점에서도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주홍은 식민지시기부터 죽기 직전까지 반세기를 훌쩍 넘는 기간 동안 일기를 썼다. 그의 일기에는 인간 이주홍의 삶, 작가 이주홍의 내면과 주변, 그리고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를 몸소 살아낸 한 개인의 증언이 담겨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반 이상의 일기가 망실되어 이주홍 일기의 전모는 영원히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나마 현존하는 이주홍 일기 17권만이라도 수습할 수 있어 다행이지만, 근대작가의 사적 기록물 연구를 조금만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한 위인의 생애를 제삼자가 기록한 것이 전기라면 본인이 기록한 것은 자서전이다. 일기는 본인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자서전과 같은 계열이지만 목적과 의도에서 매우 다르다. 전기와 자서전 이 둘은 모두 읽힐 목적으로 쓴 글이라고 한다면 일기는 타인을 의식하지 않은 한 개 인의 비밀스런 기록이다. 일기는 그날그날 생활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들이 소재가 된 다. 위인의 생애를 위인전으로 읽을 때와 일기로 읽을 때의 감동이 매우 다른 것은 위인전에 는 한 위인이 있지만 일기에는 한 인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주홍 일기〉는 이주홍 연구뿐만 아니라 한국 인문학 연구를 새롭게 조망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