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는 조사와 어미가 발달한 언어라는 점에서 다른 언어와 구별되는 문법적 특성을 가진다. 서술어를 이루는 용언 어간을 중심으로 하여, 오른쪽에는 활용 어미가 배열되고 왼쪽에는 문장 성분이 배열되는데 이 문장 성분들에 곡용의 조사가 결합한다. 조사와 어미가 비록 형태론적 단위이기는 하나, 이들의 결합과 배열은 통사론적 관계로 이루어지므로 그 문법적 의미와 기능의 해석 역시 통사론적 관계로 이루어져야 한다.
유동석 선생님께서는 처음에 기능문법의 관점에서 화용론적 층위에서 수행하는 기능에 따라 조사가 실현되고 교체되는 원리를 연구하셨다. 이어서 높임법 체계가 문장의 통사적 구조에서 이루어지는 원리를 설명하시고자 생성문법으로 관점을 넓혀 어미가 핵어를 이루는 계층적 구성에 관하여 매개변인문법을 설명하셨다. 이후에 외래의 이론에 기대어 문법을 연구하는 것이 국어의 고유한 특성을 밝히는 데에 한계가 있음을 느끼셨다. 이에 국학으로 관심을 옮겨 고려가요를 연구하시며 중세국어의 모습을 밝히는 데 힘을 기울이셨다. 이 책은 기능문법의 관점에서 조사의 기능을 연구한 전기의 글을 모아 엮은 것이다.
부족한 제자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원고를 다듬는 과정에서, 선생님께서 이 책에 굳이 ‘언저리’라는 제목을 붙이신 까닭을 항시 자신을 낮추어 가르침을 주시는 선생님의 성정에서 비롯한 것이라 처음에는 생각하였다. 그러나 원고를 다듬으며 언저리‘까지’ 아우르신 것임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형태론적 단위로서의 조사에 관한 일반적인 이해로부터, 통사론적 관계에서 조사가 수행하는 기능, 조사가 제약되거나 교체되는 원리, 조사의 쓰임에 따라 실현되는 화용론적 의미 등을 다루고 있다. 부차적이거나 지엽적인 현상으로서의 ‘언저리’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일반 이론에 기초하여 여러 원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난해한 문법 현상으로서의 ‘언저리까지’ 다룬 것이다.
이 책은 선생님께서 지으신 여러 글을 모으고 다듬어 펴낸 것이다. 펴내는 과정에서 오탈자를 바로잡는 한편, 한자 표기를 한글 표기로 바꾸었다. 선생님께서 가르치신 바를 아직, 감히, 온전히 배웠다고 내세울 수 없다. 하지만 의문이 들 때마다 선생님의 글은 이정표가 되어 주었다. 하나의 문법 현상에 관한 여러 설명 속에서 무엇이 옳은지를 찾아 헤맬 때 선생님의 글은 늘 옳은 길을 알려 주었다. 그러나 그 글의 흩어져 있음과 얻기 어려움에, 제자들이 청하고 허락을 구하여 한데 엮었다. 이에 문법을 연구하는 이들이 선생님의 글을 구하는 수고를 줄이는 데 작게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엮은이 이상은·이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