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명상이 뭐예요?
세상의 속도는 감히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변해 가고 인간은 산업으로부터 점점 소외되고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인간은 인간다워질 길을 찾고 있고 그런 배경으로 ‘명상’이 화두가 된 지 오래다. 세상에 나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탐색하고 힘들었던 순간들을 치유하면서 인간답게, 행복하게 살 길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또 ‘나’는 어떻게 알아 가고 이해하면 되는 걸까? 내면을 들여다보라는데, 그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세상에는 명상을 안내하는 수많은 방법이 있고, 책들이 있다. 그런데 여전히 다가서기 힘들다.
‘그림책’ 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를까? 쉽다, 아름답다, 재밌다, 때로 뭉클하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그림책과 가까이 있을 텐데 요즘은 결혼을 하지 않은 어른들도 그림책을 찾는 이가 많다. 그림이 아름답고, 글이 간결하여 손쉽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름다운 글과 그림이 우리 마음을 흔드는 순간이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저자는 그림책을 통해서 마음을 들여다보는 ‘그림책 명상’이라는 명상 프로그램을 개발해 냈다. 그냥 마음을 보라고 하면 어렵지만 그림책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어릴 적 기억이 떠오르기도 하고, 힘들었던 상처를 만나기도 한다. 마음이 일렁이고, 마음에 따라 몸도 반응을 하게 된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마음에 어떤 감정이나 느낌이 일어나는지 살펴보는 것이 바로 그림책 명상이다. ‘그림책’이라는 아름다운 도구로 아주 편안하고 쉽게 명상으로 들어설 수 있다.
삶으로 가져올 수 있는 쉽고 친절한 안내
저자는 대학원에서 심신치유와 명상을 공부했고 5년 남짓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7가지 명상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이 책에 담았다.
그림책 명상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부터 준비해야 하는 것들을 1장과 2장에 담았고, 3장에서는 일곱 가지 키워드로 실제 그림책을 읽고 어떻게 명상을 하면 되는지 자세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자신의 내면과 감정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려면 흔히 말하는 마음의 힘이 필요한데, 책에서는 마음 근력을 키울 수 있는 일곱 가지 방법으로 정리해 놓았다. 의도적인 멈춤, 현존, 감정을 감정으로 바라보기, 평가와 판단을 보류하기, 있는 그대로 수용하기, 자신에게 친절하기, 인드라망 자각하기가 그 일곱 가지다. 이 또한 명상을 직접 해 볼 수 있는 안내와 그 주제에 맞는 그림책까지 설계해 놓아서 책을 보고 누구든 따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읽다 보면 마치 누군가가 들려주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편안해서 호흡이 느려지고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호흡 명상, 걷기 명상, 바디 스캔 수련, 글쓰기 명상 같은 구체적인 수련 방법도 함께 있어서 쉽게 할 수 있고, 안내에 따라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는 질문과 글을 쓰는 공간까지 있어서 책을 통해서 직접 명상을 체험할 수 있다.
‘명상하기 좋은 그림책’에 밝혀 놓은 다양한 그림책들과 책 마지막에 덧붙인 ‘참고한 책들’은 그림책과 명상에 대한 깊은 이해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처음 명상을 시작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그림책과 명상에 관심이 있어 안내자가 되고 싶은 분들에게는 이 책이 실제 사례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나에게 주는 아름다운 선물
3장에 나와 있는 ‘실전 그림책 명상’은 한 가지 주제마다 그 주제에 어울리는 그림책을 소개하고 있다. 그림책이 집에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가까운 도서관에서 빌리면 된다. 욕심내지 말고 한 권씩, 쉬는 날 내게 주는 선물로 그림책을 천천히 읽어 보자. 한 번에 한 꼭지씩, 한 시간 정도만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에서 그림책을 온전히 느껴 보자. 그리고 저자와 이야기를 나누듯 책에 있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 보자. 그림책도, 명상도 답을 찾아야 하는 게 아니다. 그저 그림책과 함께하는 그 시간을 온전히 즐기고, 그림책을 읽으면서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 몸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그렇게 잠깐 멈추는 것만으로도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부디 서두르지 않기를, 천천히 그림책을 읽으면서 자기 자신을 만나시기를 바란다. 일곱 가지 단계로 정리해 놓은 명상 연습과 함께 그림책 명상을 하다 보면 아주 작지만 소중한 변화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를 돌보는 일만큼 귀한 일이 있을까? 그 어떤 일이든 ‘나’를 놓아 버리고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저자는 “자기에게 친절한 사람이 이타적이고 책임 의식이 높았고, 성실하고 타인과 공감을 잘하고 회복탄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밝혀 놓기도 했다. 나를 이해하고 알아 가는 것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에게 베푸는 친절은 타인에게 친절한 것으로 연결된다. 내게 하는 선물이 타인에게도 연결되는 더 큰 열매를 거두게 된다면 이보다 아름다운 선물이 있을까? 일상이 바쁘게 돌아가고 고단하지만 부디 스스로를 돌보는 일을 미루지 않기를 바란다. ‘그림책 명상’이 좋은 안내자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