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는 빵가게에 가서 음식을 사 오고, 저녁에는 목욕탕에 들러 몸을 씻고 마사지도 받으며 하루 피로를 푼다. 매년 열렸던 시장 선거에는, 여러 후보의 홍보 전단지가 광장 담벼락에 나붙었으며 사람들의 참여 열기로 거리가 시끌벅적했다. 오늘날 어느 대도시의 이야기가 아니다. 2,000여 년 전 로마 시대의 ‘일상’이다. ‘고대 로마’ 하면 네로나 칼리굴라처럼 비정상적인 지도자나 영토 전쟁만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고대 로마에서는 오늘날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만큼 온갖 첨단 문물을 사용했고 법전을 정비했으며 사회복지 시스템을 활용했다.
서양 세계에서 역사란 곧 로마사를 일컫는다고 볼 수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을 포함한 유럽 전체는 물론 심지어 미국에서도 연구하는 인류 역사의 모델이 바로 로마사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인 대영제국도 로마를 대제국의 롤 모델로 삼았고, 오늘날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를 실현하고 있는 미국도 로마에서 교훈을 얻고 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하지만 사실 ‘모든 역사도 로마로 통한다’고 볼 수 있다.
이번 3권에서는 로마 제국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와 더불어, 각기 다른 시대에 활약했던 수많은 영웅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공과(功過)를 살펴보고자 했다. 물론 그 시대를 항상 존경하며 자신의 모델로 삼았던 서구 사회의 수많은 화가들이 그런 역사적인 현장을 어떻게 역동적으로 화폭에 담아냈는지도 함께 살펴본다. 로마 시대를 담은 수많은 역사화들을 보면서 화가들이 그런 역사적 현장을 그린 이유는 무엇인지, 같은 역사적 사건이라도 화가에 따라 어떻게 달리 표현되는지 살펴보는 일은 쏠쏠한 재미를 줄 것이다. 《로마사 미술관》을 3권까지 읽고 나면, 독자들은 학창 시절 영어 참고서에서 보았던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Rome was not built in a day)’는 말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