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미술의 최전선 파리, 그곳에서 열린 전시들
19세기 중반 프랑스, 그때까지 미술 전시는 정부에서 주관하는 행사였고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작품들은 사람들에게 선보일 기회를 얻지 못했다. 특정한 화풍을 지닌 예술가들만이 높은 평가를 받던 시대, 심사에서 탈락한 예술가들은 자신들의 작품을 내보일 자리를 스스로 만들고자 했다. 그렇게 열린 전시에 모네를 비롯한 화가들이 참여했고, 모네의 〈인상, 해돋이〉를 비꼰 비평가의 평론 때문에 새로운 화풍을 선보인 이들에게 ‘인상주의자’라는 이름표가 붙었다. 그렇게 인상주의가 탄생했다. 정부의 심사에서 벗어나 열렸던 《예술인 협동조합 전시》는 이후 파리에서 계속될 예술 운동의 시작점이 되었다.
19세기 말~20세기 중순은 격변의 시기였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며 사람들은 도시로 모여들었고 철도와 자동차, 비행기라는 새로운 교통수단이 등장해 유럽 각지를 연결했다. 제1차 세계대전은 삶을 붕괴시켰고 큰 사건을 겪은 사람들은 구질서를 거부하거나 재건을 꿈꾸었다. 이 시기 파리는 아방가르드 미술의 최전선이었고, 세계 각지의 예술가들이 파리로 모여들었다. 예술가들은 토론과 협업을 통해 새로운 이론을 발전시키고 실험했고, 전시를 열어 그 결과물을 내보이고자 했다. 파리에서는 수많은 전시들이 개최되었고 신인상주의, 상징주의, 야수주의, 입체주의, 다다이즘, 초현실주의까지 수많은 미술 사조들이 등장했다.
『모던 빠리』는 현대 미술을 만들어낸 전시 열두 편의 풍경을 그리는 책이다. 기획자는 왜 전시를 열려고 했을까? 전시는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었고, 어떤 평가를 받았을까? 그 전시를 본 다른 예술가들은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인상주의를 탄생시킨 1874년 《예술인 협동조합 전시》부터 전시 그 자체를 작품이자 체험으로 만든 1938년 《국제 초현실주의 전시》까지 전시라는 렌즈를 통해 현대 미술의 흐름과 변화를 읽어낸다.
“전시는 항상 정치와 자본에 관한 일이다.”
전시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가지 물품을 한 곳에 벌여 놓고 보임.’이지만 전시에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전시는 기획자가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을 기획자의 의도에 따라 보여주는 행사이고, 작가와 작품, 작품과 관객, 관객과 비평가, 비평가와 작가가 만나는 교류의 장이다. 미술 작품들은 전시에서 대중에게 선보이고 평가를 받는다. 전시에서 공개된 작품들은 미술관이나 누군가의 소장품이 되고, 작가의 이름은 미술사에 남는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이 시작된 전시는 어디로 갈까? 그냥 사라지는 것일까?
끝나버린 전시가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제대로 알아내는 일은 쉽지 않다. “전시는 항상 정치와 자본에 관한 일”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국제 정세, 정치 상황, 기술의 발전, 시장과 구매자의 변화 이 모두가 전시에 끼치기 때문이다. 전시 풍경을 제대로 그려내기 위해서는 당시 예술을 둘러싼 정치·사회적 상황을 살펴보고 언론과 대중의 평가는 물론 이후의 예술 동향까지 파악해야 한다.
전시는 그 자체로 작품이자 기획물이다. 예술 작품은 전시 속에서 문화적·정치적 맥락에 놓이기에 그 맥락을 이해할 때 작품의 의의를 정확하게 알게 된다. 『모던 빠리』를 통해 전시의 역사를 알고 나면 새로운 관점에서 작품과 전시를 보게 될 것이다.
전시는 항상 정치와 자본에 관한 일이다. 그 어떤 작가도 혼자 창작할 수 없으며, 그 어떤 작품도 홀로 존재하지 못한다. 전시의 역사에 더 많은 호기심과 관심을 품고 과거의 미술을 살피고 지금의 전시를 경험한다면, 전시는 물론 그 안의 작품들이 보다 새로운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_p.299 나가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