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돌틈이야
오동나무 돌틈이는 돌 틈에 뿌리를 내려 돌틈이다. 장롱이 되고 싶은 오동나무는 장롱이, 소반이 되고 싶은 오동나무는 소반이라 불리지만 돌틈이에게는 얼마 살지 못할 것이라는 말뿐이다. 아무 꿈도 담지 못한 이름의 돌틈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운 겨울을 여러 번 견디며, 몸을 짓누르는 바위와 싸우며 예쁘게 자라난다. 그렇게 어른이 되었지만 때가 되지 않았다는 말과 함께 또다시 긴 세월을 보내게 된 돌틈이는 낯선 모습으로 잘려 다른 나무들과 함께 마당에 놓이게 된다. 눈과 비를 맞고 뜨거운 햇볕을 견뎌 낸 돌틈이는 다른 나무들이 갈라지고 썩어가도 단단히 버텨 낸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할아버지가 다가와 돌틈이를 똑똑 두드린다. 그러자 맑은 소리가 난다. 돌틈이는 무엇이 되는 걸까 내심 기대를 하게 되는데 그 순간 할아버지는 작은 불을 가지고 와 돌틈이를 지지기 시작한다. 처음으로 느껴 보는 뜨거움에 돌틈이는 정신을 잃고 만다. 돌틈이는 꿈을 찾을 수 있을까?
가야금이 되기 위한 시간
“좋은 가야금이 되었구나.” 빗소리, 바람 소리, 새의 노랫소리까지 깊은 울림을 품게 된 돌틈이는 마침내 가야금이라는 이름을 찾는다. 『노래하는 오동나무』는 막 싹을 틔운 오동나무가 가야금으로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오동나무 돌틈이의 목소리를 통해 들려주며 가야금과 국악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함께 전달하는 지식 그림책이다. 꿈을 위해 참고 견디는 일의 가치를 모든 것을 다 이룬 존재가 아닌 아직 한창 성장 중인 주인공 돌틈이를 통해 들려주어 독자가 더욱 공감할 수 있게 한다. 마치 지금의 우리처럼 아직 완성되지 않은, 꿈을 갖지 못한 돌틈이는 자라면서 갖은 시련을 겪고 냉정한 평가를 받지만, 그런 시간을 꿋꿋하게 견뎌 내어 풍부하고 깊은 소리를 내는 가야금으로 다시 태어난다. 만일 돌틈이가 매서운 추위에 금방 시들어 버렸거나, 뜨거운 햇볕에 갈라져 버렸다면 가야금이라는 이름을 가질 수 있었을까? 가야금이 된 돌틈이를 받아 들게 된 아이는 돌틈이를 연주하며 손끝이 빨개진다. 돌틈이가 아이에게 말한다. 시간이 지나면 옹이처럼 단단한 굳은살이 생기고, 그러면 아픔은 잦아들고 아름다운 소리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가야금이 되기 위한, 꿈을 찾고 이루기 위한 시간의 가치를 아는 돌틈이의 응원은 무엇보다 큰 힘이 될 것이다.
국악은 늘 살아 있다
어린 시절 실제로 가야금을 전공한 바 있는 송정양 작가의 글과 부드럽고 깊이가 느껴지는 이윤민 작가의 그림이 만나 이루어진 『노래하는 오동나무』는 깊은 울림을 주는 이야기와 함께 가야금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전하는 지식 그림책이다. 사전적 형식의 논픽션 그림책이 아닌 감동과 생각할 거리가 있는 이야기와 유려한 그림 속에 독자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해소할 수 있는 정보를 담고 있어 볼거리 읽을거리가 가득하다. 이야기는 오동나무인 돌틈이가 싹을 틔우고 자라 가야금이 될 때까지의 시간을 따라 흘러간다. 그 속에 독자가 궁금해 할 정보가 필요한 대목마다 등장해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알기 쉽게 전한다. 가야금의 유래와 오동나무의 여러 쓰임, 가야금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소리를 내는 방법, 가야금의 각 부속에 대한 소개에서 더 나아가 국악기와 역사 속의 국악과 현재의 국악에 대한 이야기까지 폭넓은 시각으로 책을 즐길 수 있다. 가야금이 된 돌틈이가 할아버지의 손에서 새로운 세대로 이어지듯 국악 역시 시대에 따라 변화하며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는 『노래하는 오동나무』를 통해 가야금과 국악의 매력을 느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