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마티스는 알지만, 샤르미는 모른다.
에밀리 샤르미, 자클린 마르발… 이들의 이름을 들어보았는가? 두 사람은 야수파와 동시대에 활동했으며, 야수파의 특징을 고스란히 지닌 작품을 그렸다. 샤르미는 대담한 붓질, 분명한 색채, 미완성된 표면 등을 통해 소위 ‘야수파’ 남성 화가들에 전혀 뒤지지 않는 작품을 탄생시켰다. 마르발은 또 어떤가. 야수파의 탄생을 알린 1905년 살롱 도톤에도 참여한 마르발의 작품은 독창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며 야수파 화가들과의 유사성이 잘 드러난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이름은 야수파 역사에서 언급되지 않는다. 저자가 소환하는 놀라운 작품들을 보면, 현대의 관객인 우리는 그동안 훌륭한 작품을 감상할 소중한 기회를 잃었다는 기분마저 든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들의 정신과 작품들을 함께 향유할 수 있기를, 미래에는 또 다른 샤르미와 마르발이 나타나지 않기를 바란다.
새로운 작품을 풍성하게 담은 아름다운 책.
이 책은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새롭고도 놀라운 작품들을 소개한다. 박물관 창고 한 켠에 있는 작품, 개인이 소장한 작품,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작품들을 수집한 컬렉션이나 다름없다. 저자는 이들 작품이 당시에 어떤 과정으로 그려졌는지,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작품이 의도하는 바와 기법, 주제는 무엇인지 등을 자세히 설명한다. 저자를 따라 110점의 그림을 감상하다 보면 이 작품들이 분명 미술관에 당당히 자리해야 할 작품임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느새 그들의 작품을 진지하게 고찰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성별에 따른 평가가 아닌, 그저 작품 그 자체만으로 인정받고 기억되는 일. 그것이 그녀들이 진정 원하는 것 아니었을까?
잊힌 여성 화가들을 기리기 위하여.
그들이 잊힌 이유를 단순히 성별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 저자는 그들이 처했던 당시의 정치적, 사회적, 제도적, 경제적 상황에 비추어 그들이 잊힌 이유를 다각도로 분석한다. 모든 것이 격변하던 19세기에 여성 화가들이 외부의 압력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어떤 전략과 방법을 썼는지를 살피다 보면 예술에 대한 그들의 뜨거운 사랑과 헌신을 마주하게 된다. 누군가는 평단의 혹평을 받고 사라지기도 했고, 누군가는 비난을 이겨내고 당대의 명성과 성공을 얻어내기도 했다. 그들은 생전에 본인들이 이토록 까맣게 잊힐 줄 알았을까? 자신의 삶과 작품에 열정을 불태웠던 그들의 영혼을 이제라도 돌아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