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넓은 스펙트럼, 균형 잡힌 시선
사회와 문화를 연결하는 문학의 힘
총 4부로 구성된 이번 평론집의 제1부 제목은 ‘전환 시대의 비평 논리’로, 고(故) 리영희 선생의 명저 『전환시대의 논리』(창작과비평사 1974)를 오마주한 것이다. 이 장에는 「‘뉴노멀’ 시대의 소설」 「우리 시대의 노동 이야기」 「‘한류’와 협동적 창조의 가능성」 등이 실려 있는데, 전환기에 소설적 주체가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어 특히 흥미롭다. 저자는 한국 소설의 주체들이 내보이는 모순적 욕망, 즉 과거 산업사회에서 추구하던 성장의 욕망을 간직한 동시에 여기에서 탈피해 새로운 세계를 상상해보려는 욕망을 섬세하게 기록한다. 그러나 이를 성급하게 재단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역사화해낸 것이 큰 미덕이다. 독자들은 한국사회의 면면을 소설의 문장을 통해 발견할 수 있으며, 또한 최근 한국 소설의 뚜렷한 경향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제2부는 ‘‘문학의 윤리’가 말한 것과 말하지 않은 것’이다. ‘윤리’의 문제는 최근 사회·문화계 전반에서 첨예한 이슈인바, 읽는 이에게 넓고도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여기에는 ‘문단 내 성폭력’ ‘캔슬컬처’ ‘정치적 올바름’ 등의 주제가 포함되어 있어서 평소 문학평론을 자주 접하지 않은 독자도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이 포진되어 있다. 저자는 “문학이 감당해야 하는 새로운 윤리적 지침을 내세우기보다 그 지침의 완성을 위해서라도 마주하지 않을 수 없는 물음의 목록을 제출”(7면)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이 덕분에 윤리의 문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일방에 치우치지 않고 여러 사안을 균형잡힌 시선으로 파악했다.
제3부 ‘비평의 안과 밖’은 비평가로서의 고민이 응축된 장이다. 최근의 에세이 열풍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를 써내려간 「자아 생산 장치로서의 에세이」, 그리고 ‘문학성’이란 무엇인지 고찰해보는 「문학성(文學性)에서 문학성(文學+城)으로, 그리고 그 밖으로」 등이 담겼다. 개인적인 소회와 내밀한 고민이 도드라지는 장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그런 만큼 읽어나가는 동안 저자와 대화하는 기분이 되어 속도감 있는 독서가 가능하다.
제4부 ‘문학은 어디에서나 온다’는 작품론 모음으로 이 책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여타 평론집의 작품론 모음과 그 구성 면에서 차이를 보이는데, 우선 작품 간의 진폭이 무척 크다는 것을 알게 된다. 뚜렷한 관점과 확고한 주장이 있음에도 한영인은 자기 입맛에 맞는 작품 경향을 좇기보다는 과감하게 다양한 작품을 선정한다. 그 결과 이 책에는 고인이 된 김소진의 소설부터 신예 성혜령의 소설까지, 조선족 작가인 금희의 소설부터 노벨상 수상 작가인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까지 세대와 국경을 넘나드는 다양한 작품이 담겼다. 한권의 평론집에서 읽을 수 있는 스펙트럼의 최대치라 할 만하다. 판이해 보이는 작품을 한 궤로 꿰뚫는 저자의 분석이 감탄스러운 한편으로, 독자들은 다양한 종류의 간접 독서가 가능하다.
“한영인의 글은 문학비평의 근본적인 자리와 이것이 도달할 수 있는 저 먼 지점까지를 상상해보게 한다. 특히 한국어 단어가 유통되는 사회적인 맥락을 섬세하게 감식하고 감안하는 그의 비평을 통해서 문학은 전후좌우 상하로 열린, 매순간 사방팔방으로 한 사회와 문화의 요소가 형성하는 기류가 나고 드는 자리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추천사, 김나영 평론가) 그렇기에 한영인의 문학평론은 그저 비평에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질문과 토론의 연쇄로 이어진다.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갈라지는 욕망들』이 한권의 비평집 이상의 의미가 되리라 기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 생각을 나누며 토론의 장에 참여하는 경험을 얻게 될 것이며, 이는 또다른 질문과 주장이 되어 한국문학을 풍성하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