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나라를 찾아온 고려인 사샤
사샤와 무지개초등학교 친구들의 무지갯빛 하모니!
■낯선 언어에서 나의 언어로
낯선 땅에서 내가 살아가는 동네로
낯선 땅, 낯선 나라에 온 이주민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바로 언어 아닐까. 이 책의 주인공 고려인 사샤 역시 할아버지의 나라 한국에 와 가장 먼저 언어라는 장벽에 부딪힌다. 같은 반 친구들의 은근한 따돌림과 무시, 하고 싶은 말을 속 시원하게 내뱉을 수 없는 답답함은 사샤를 하루하루 위축되게 한다. 하지만 사샤는 곧 씩씩하게 다짐한다. 친구들의 따돌림과 부당한 대우에서 벗어나기 위해, 할아버지의 나라에서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 언어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고 말겠다고.
언어와 소통의 문제는 결코 혼자 해결할 수 없다. 언어란 소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선물이다. 사샤의 언어 장벽도 고려인 마을 이주민 센터의 딸 ‘빛나’를 만나면서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마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빛나가 사샤에게 한글을 알려주는 장면은 그래서 더 아름답다. 빛나가 내민 손길이 홀로 외로웠던 사샤의 낯선 마을 풍경을 따뜻한 삶의 터전으로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사샤는 빛나에게 한글을 배우면서 낯설기만 했던 건물도, 외계어 같던 사람들의 목소리도, 친구들의 이름도 조금씩 자신의 삶의 일부가 되어가는 것을 느낀다.
■주목받지 못한 조용한 존재들의 무지갯빛 연대
가족 상실의 아픔을 딛고 꿈을 찾아 할아버지 나라에 찾아온 고려인 아이 사샤. 엄마의 얼굴도 모르지만, 고려인 마을 모두의 딸로 씩씩하게 자란 빛나. 탈북자의 딸로 태어나 이 세상에 없는 아이로 살아온 제3세계 아이 온희. 모범생처럼 보이지만 가족을 잃고 방황하는 진수.
『고려인 마을 무지개 학교』는 이 땅에 분명 존재했지만, 그동안 조명받지 못했던 어린이들의 연대를 ‘무지개’라는 상징물로 그려낸다. 이 작품에서 네 명의 어린이가 지닌 저마다의 사연은 더 이상 이들을 세상의 어두운 곳으로 숨어들게 하는 아픔이 아니다.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릴 선명한 목소리로,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이해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그리하여 이 작품은 내면의 아픔을 꼭 이겨내고 극복해야만 하는 상처로 바라보아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곧 독자들은 깨닫게 된다. 어떤 아픔은 결국 자신의 존재를 더 또렷하게 나타내는 목소리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더 다양한 존재가 함께하는 세상이 더 깊이 있는 세상이 되어가는 것처럼 이 작은 목소리가 모여 더 아름다운 무지갯빛 하모니를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 줄거리
세계 최고 아이돌을 꿈꾸는 고려인 사샤는
무지개 학교 봄 축제에서
친구들과 함께 멋진 무대를 선보일 수 있을까?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난 고려인 소년 사샤는 세계 최고 아이돌이 되겠다는 꿈을 안고 할아버지의 나라 대한민국에 도착한다. 거대한 공룡 나라 같은 인천공항의 웅장한 모습에 설레던 마음도 잠시. 사샤가 살아갈 고려인 마을은 어딘지 허름해 보이고, 여러 나라 친구들이 모여 공부하는 무지개 초등학교 친구들은 어쩐지 사샤를 반기는 것 같지 않다. 게다가 사샤의 짝꿍 진수는 모범생처럼 보이지만, 교묘하게 사샤를 괴롭히기까지 하는데……. 과연 한국에 찾아온 사샤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고향에 남아 있는 할머니의 바람처럼 사샤는 당당하게 한국에 적응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