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는단다”
엉겁결에 기자가 된 남산골 백면서생, 김 생원
“분노만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습니다”
노비이지만 명석한 두뇌에 의협심 강한 소년, 관수
- 한성일보 취재파일 -
√ 가난한 백성들이 병을 치료하는 한증소에서 사람이 죽어 나간다고?
√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는 활인서 잠입 취재!
√ 얼음을 캐는 자와 보관하는 자들의 힘겨루기, 그 속내는?
√ 조선 시대 소방관, ‘멸화군’의 처우를 고발한다!
√ 노비도 사람이다, 함부로 노비를 처벌하는 양반에게 고함!
환상의 콤비 김 생원과 소년 관수의
조선 시대 생활 밀착 취재 활극
‘과거 합격’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던 김 생원은 기자가 되면서 그동안 모르고 살았던 부조리한 세상과 마주하게 된다. 신문에 쓴 짧은 기사가 크고 작은 변화를 일으키자 정의를 이루는 데 공헌했다는 기쁨도 맛보지만 그것도 잠시, 곧 나약한 한 인간으로서의 고뇌를 겪는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기사를 써 달라며 값비싼 비단을 주는 자본가, 신문사를 엎어 버리겠다고 겁박하는 관리들, 신문 발행인의 간섭, 선의로 쓴 기사가 나쁜 결과로 돌아오는 등…… 김 생원의 꼿꼿한 선비 정신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수시로 벌어진다.
김 생원의 하나뿐인 노비이자 일찍 잃어버린 아들을 대신하여 마음을 나누어 온 관수는 “배불리 먹고 마시며” 별 탈 없이 살아가는 생활에 젖어 있었다. 하지만 김 생원과 함께 기자가 되어 사건을 취재하는 동안 다른 세상을 꿈꾸게 된다. 특히 급진주의자인 여리꾼 곽수창과 어울리면서 갈등하지만 “어쨌든 바뀌어 간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남산골 작은 집 싸리문 안에 갇혀 있던 두 사람은 자신을 둘러싼 세상과 정면으로 맞닥뜨리면서 분노하고 때로는 흔들리며 성장해 간다. 두 사람이 도성 곳곳을 누비며 보내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두 눈 크게 뜨고 보라고, 생각하고, 분노하고, 행동할 때 세상은 비록 느리지만 옳은 방향으로 바뀌게 되어 있다고.
기울어진 정의의 저울,
우리는 무엇을 택하고 버려야 할까?
두 기자를 따라 사건 취재 현장으로 들어가보면 얽히고설킨 계급사회의 모순과 진실 앞에서 독자는 나라면 어떨까, 저절로 고민하게 된다. 관직에 나아갈 기회가 없어 차선으로 장사를 해 생존 기반을 마련한 양반은 ‘장사치’라며 멸시를 받는다. 권위와 복종, 폭력에 익숙해진 양반은 신분의 천함을 핑계로 사람을 서슴없이 짓밟는 괴물이 된다. 강자와 약자가 수시로 몸을 바꿔 가면서 사회의 모순에 꼼짝없이 갇혀 ‘사회악’이 되거나 ‘먹잇감’이 되는 것을 보며 김 생원과 관수는 매사 양쪽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직시하고자 애쓴다. 그들을 통해 작가는 500여 년의 시간을 건너 오는 동안 그닥 달라지지 않은 오늘을 응시하면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택하고 버려야 하는지 질문하는 듯하다.
역사가이기도 한 작가는 시간 날 때마다 전국의 역사 문화 유적지 답사를 꾸준히 해 오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특별히 작품의 무대가 되는 곳을 별도 페이지로 구성하여 이해와 활용을 돕도록 하였다. 부록인 ‘소설 속 역사 탐방’ 길을 따라 김 생원과 관수의 뒤를 쫓아가 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