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가 들려주는 쉬운 ‘진화’
137억 년 전쯤 아무것도 없는 진공에서 우주가 탄생한 이후 지구가 만들어지고, 선캄브리아대와 고생대와 중생대와 신생대를 거치며 진화해 오기까지 지구의 역사는 길고도 복잡하고 어렵다. 이런 지구의 진화를 한눈에 쉽게 들려주는 작고 친절한 돌멩이가 등장했다.
아주 먼 옛날 화산이 폭발하면서 지각을 뚫고 솟아오른 용암이 식어 딱딱한 돌이 되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돌멩이는 우리에게 지구와 생물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돌멩이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땅이 꺼지며 깊은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수백 년을 지내며 지구에 처음 생물이 나타나는 광경을 지켜본다. 맨 처음 등장한 생물을 작고 단순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물이 점점 크고 복잡하게 바뀌어 가는 과정을 보게 된다. 그런 장면들에서 돌멩이는 자연스레 진화를 이야기한다.
돌멩이는 바다 밑에 쌓인 진흙과 모래, 자갈 지층이 솟아오르자 땅 위로 올라와 또 다른 생물의 탄생과 진화를 지켜본다. 씨앗이 자라 열매가 되는 놀라움을 보고 개구리를 보고 공룡을 보고……. 돌멩이에게 세상은 변화가 멈추지 않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발견은 인간이다. 인간이 만들어 낸 지구의 변화는 그동안 지나온 어떤 시간보다 빠르고 다채로웠기 때문이다. 수백 년, 수천만 년, 수십억 년을 지나오는 동안 돌멩이 안에는 고스란히 지구의 모든 역사가 담긴다.
지구가 특별해진 시간 ‘수십억 년’
엄청난 빅뱅을 통해 우주가 탄생했을 때 세상에 있는 건 알갱이 하나, 알갱이 둘. 알갱이들은 매우 빠르게 서로의 둘레를 돌았고 점점 더 많은 알갱이들이 모여 더 큰 것이 만들어졌다. 이때 걸린 시간은 ‘수십억 년’이다. 화산을 따라 지구 밖으로 튀어나온 돌멩이는 대굴대굴 구르고 또 구르다 오랫동안 멈추었다. 이때 걸린 시간은 ‘수백만 년’이다. 지층이 솟구쳐 올라 떨어지고 또 떨어져 바닷속에 잠긴 돌멩이가 잠든 시간 역시 ‘수백만 년’이다. 바닷물이 출렁거려 땅이 솟아올랐고 돌멩이는 높은 산으로 올라왔다. 이때 걸린 시간도 ‘수백만 년’이다. 빙하 속에서 잠이 든 시간도 ‘수백만 년’, 새로운 동물과 식물이 계속해서 나타났다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수백만 년’, 짙은 안개에 휩싸여 잠이 든 것도 ‘수백만 년’, 인간이 등장하여 불을 지펴 세상을 밝히는 데 수천 년,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 내는 데 ‘수백 년’….
상상하기조차 힘든 이 돌멩이의 시간은, 불덩이였던 지구가 특별한 지금에 도착하기까지 얼마나 엄청난 기다림이 필요했는지를 말해 준다. 돌멩이는 말한다. 특별한 일이 일어나려면 수백만 년, 어쩌면 수십억 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우리가 발 디디고 있는 ‘지금’은 과거의 그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그림 속 돌멩이를 찾는 즐거움
아무것도 없는 우주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길고 긴 시간 독자를 이끄는 돌멩이는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짧고 쉽고 강렬한 말과 함께 진화의 과정을 그림으로 보여 준다. 빅뱅, 지구의 탄생, 화산, 지진, 빙하, 지층, 동식물의 탄생과 죽음 등 엄청난 지구의 역사를 보여 주지만 돌멩이는 그 안에서 도드라지지 않는다. 어딘가에 살짝 숨은 채로, 끼어 있는 채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끈다. 뎍분에 지구와 생물의 진화를 따라가면서 곳곳에서 작은 돌멩이를 찾는 것도 이야기를 읽는 재미이다. 때로는 놀란 눈으로, 때로는 졸린 눈으로, 때로는 씩씩한 눈으로, 때로는 설레는 눈으로 세상의 변화를 바라보는 돌멩이의 표정에서 지구의 시간이 얼마나 다채롭고 변화무쌍한지를 알게 된다. 늘 지구의 무언가를 지켜보던 돌멩이가 현재에 이르러 한 아이를 만나 현미경에 놓여져 관찰의 대상이 되는 반전은 마지막까지 이 작품을 읽는 즐거움이다.
■줄거리
지구가 만들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화산을 따라 세상 밖으로 튀어나온 돌멩이. 돌멩이는 구르고 떨어지고 잠들고 떠내려 다니면서 세상의 변화를 구경한다. 아무것도 없는 지구에 박테리아가 등장하고 씨앗이 등장하고 공룡이 등장하고 사람이 등장하여 지금에 이르기까지…. 돌멩이는 수십억 년의 시간을 다채롭게 지나왔다. 돌멩이 안에는 지구의 시간이 어떤 특별하고도 놀라운 이야기로 켜켜이 쌓여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