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도 개구쟁이였대요』가 왜 재미있을까?
이 책의 주인공은 세 명입니다. 상옥, 민호, 문규 이렇게 세 명이지요. 세 아이는 몹시 명랑합니다. 그만큼 소문난 개구쟁이이고요. 세 아이는 선생님한테 골칫덩어리입니다. 냇가에 가면 안 된다고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습니다. 혼날 때는 절대 안 간다고 씩씩하게 대답하지만, 돌아서면 잊어버립니다. 쉬는 시간만 되면 냇가로 뛰어갑니다.
오늘도 세 아이는 선생님 몰래 냇가로 달려가 신나게 물장난을 치며 놉니다.
놀이 중에 가장 재미있는 놀이는 전쟁놀이입니다. 적을 뒤쫓으며 공격하는 놀이만큼 재미있는 놀이는
없으니까요. 그중에서도 첨벙첨벙 물속을 뛰어다니는 전쟁놀이는 더더더~ 재미있습니다. 그럴 때는 배고픈 것도 잊고, 형을 따라 소 꼴을 베러 가야 하는 것도 잊습니다.
산에서 하는 전쟁놀이도 재미있기는 합니다. 나무나 바위에 부딪혀서 상처도 입고 옷이 찢어지기도 하지만 그 정도는 얼마든지 괜찮습니다. 무덤을 미끄럼틀처럼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면 옷이 흙투성이가 되지만, 그것도 상관없습니다. 집에 가서 엄마한테 조금만 야단맞으면 되니까요.
물에서 전쟁놀이할 때 여우비가 내려면 더 즐겁습니다.
“여우는 시집가고 호랑이는 장가간다!”
“호랑이는 장가가고 여우는 시집간다!”
물속에서 놀 때 비가 내리면 얼마나 재미있는지, 안 놀아 본 사람은 모릅니다. 아마 세상이 쨍그랑! 우당탕! 한바탕 난리를 쳐도 절대 모를 겁니다.
세 아이는 상상력이 뛰어납니다. 물속에서 오래 참기 경주를 하다가 바닷물고기를 발견하기도 하니까요. 아직 바다를 본 적도, 바닷속을 본 적도 없지만 책에서 봤으니까 잘 알고 있습니다.
아마 냇물에서 바닷물고기를 볼 줄 아는 아이는 세 명 빼고는 없을 것입니다. 공부 대장 정진이, 달리기 대장 영상이, 콧물 대장 기동이…… 아무도 못 봤을 겁니다.
재미있게 놀 때 시간은 거짓말처럼 빨리 지나갑니다. 세 아이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모든 것이 늦었습니다.
바짝 긴장해서 교실로 들어간 세 아이는 상상도 못 할 곤경에 빠지고 맙니다. 잔뜩 화가 난 선생님이 세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요. 선생님 손에 들린 회초리가 더 요란하게 쉭쉭 뱀 소리를 냅니다.
“선생님이 뭣 때문에 냇가에 가지 말라고 했지?”
“물귀신이요. 작년에 물에 빠져 죽은 애가 물귀신이 됐는데 혼자 놀기 심심하니까 애들을 확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니까요.”
“아는 놈들이 왜 말을 안 듣는 거야? 안 되겠다!”
선생님은 회초리를 교탁에 던지듯 놓고 교실 밖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너희를 물귀신 밥으로 줄 수는 없어. 아무리 타일러도 말을 안 들으니 할 수 없다. 내가 대신 물귀신 밥이 되는 수밖에!”
정말 큰일났습니다. 이건 상상도 못한 일이니까요. 세 아이는 물론 의자에 앉아 있는 아이 모두 쩔쩔매며 선생님을 붙잡습니다.
아이들에게 붙잡힌 선생님은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바지를 올리고 회초리를 집어 듭니다. 그러면서 선생님 종아리를 힘껏 때립니다.
“놔라! 너희가 물귀신 밥이 안 되게 하려면 선생님이 회초리라도 맞아야 해! 그래야 물귀신이 너희를 안 잡아 가! 저리 비켜라!”
교실은 울음바다가 되고, 아이들은 달려들어 선생님 손에 들린 회초리를 뺐습니다. 그다음에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잘못한 아이들의 종아리를 때리는 대신 자기 종아리를 때리는 선생님을 상상해 볼까요? 아마 생각만 해도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 같지 않나요?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할 때마다 코가 늘어났어요. 그런데도 거짓말을 멈출 수가 없었어요. 피노키오는 호기심이 아주 많았거든요. 하지만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하고 잘못을 저지르면서 소중한 것이 무엇이고 지켜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차츰차츰 알기 시작하죠.
어른들은 아이들이 개구쟁이 짓을 하면 몹시 화를 내기도 합니다. 그런 장난을 하면 안 된다고 타이르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 어른들도 뒤돌아서서는 허허 웃을 거예요. 왜냐하면 자신도 어렸을 때는 피노키오처럼 거짓말도 하고 말썽도 부리며 자랐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이 책은 우리 어린이들이 밝고 맑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이 듬뿍 들어 있어요. 우리 할아버지, 아빠도 개구쟁이 시절을 거쳐서 어른이 되고, 우리 할아버지, 아빠가 되었어요. 우리 어린이들도 언젠가는 아빠 엄마가 되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죠. 그러니까 이 책은 훗날 어른이 된 우리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내가 옛날에 어떤 아이였냐면” 하면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를 묻고 있어요. 마음이 부자이고, 추억이 부자인 아이들이 많을수록 훨씬 살맛나고 아름다운 미래가 펼쳐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