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왕 타카바타케 마사유키 씨
이 책의 저자 타카바카게 마사유키는 자칭타칭 문구왕이다. 이런 저자를 눈여겨본 일본의 세이분도신코사(成文堂新光社)는 자신들의 사전 시리즈(취미의 세계를 일러스트와 단편 지식으로 즐기는 ○○어사전)에 『문방구어사전』도 추가할 계획을 세웠다. 이렇게 저자와 출판사의 협업으로 탄생한 이 책은 문방구에 관련된 표제어를 [가름끈]을 시작으로 [P커터]에 이르기까지 800개를 추려서 실었다. 또 두 개의 미니 칼럼과 여덟 개의 문방구 칼럼, 문방구 기초지식과 문구 잡학을 각 표제어들 사이에 끼워 넣어 문방구와 관련된 심화 지식도 제공한다.
일본어 사전이 한국어 사전이 되기까지
원서는 히라가나 순으로 되어있었으나 가나순으로 재구성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 대표 문구 기업인 ‘모나미’(82쪽)와 원래 일본 기업이었으나 입시학원 수학 강사였던 신형석이 인수해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세계적인 ‘하고로모 분필(세종몰)’(176쪽) 두 항목을 칼럼 형식으로 추가했다.
또 표제어처럼 보이지 않아 당혹스러웠던 것들도 몇 가지 있다. 가미데테오키루(종이에 손을 베이다, 紙で手を切る), 가제오히쿠(감기에 걸리다, 風邪を引く), 누마니하마루(늪에 빠지다, 沼にはまる), 미에루미에루(보인다·보인다, 見える·見える), 오무카에스루(맞이하다, お迎えする). 일본인들 사이에선 관용구로 사용되는 표현들이어서 일본어 발음을 그대로 표기한 후 괄호에 번역을 곁들였다. - 역자 후기 중에서
번역과정에서 어려움
우리의 문화적 배경으로는 직관적 이해가 어려웠던 설명들도 있어서 번역에 어려움을 겪었다. 예를 들어 [Stationery column 1. 자(定規)와 눈금자(ものさし, 모노사시)는 서로 다른 것인가?](60쪽)에서 ‘정규’와 ‘모노사시’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우리에게는 둘 다 ‘자’로 통용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라고만 표기하면 동어반복만 될 뿐 의미가 통하지 않았다. 흔히 요즘 우리가 쓰는 막대자나 삼각자에는 모두 눈금이 그려져 있다. 여기서 혼동이 온 것. 말하자면 우리는 영어로 ruler와 scale을 ‘자’라는 단어 안에 모두 포함해서 사용했다. 그래서 ‘정규’와 ‘모노사시’의 구분이 쉽지 않았던 것.
번역자 이상민 씨 또한 자칭타칭 한국 문구왕
이 책의 번역자가 자칭타칭 필기구 덕후인 점 또한 흥미롭다. “지금부터 약 50년 전인 초등학교 2학년 때, 월간 만화책에 실린 ‘프런티어’라는 로켓연필 광고를 보고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진해의 문구점이란 문구점을 다 뒤지고 돌아다녔지만 사는 데 실패했다. 얼마나 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는지 그 어렸던 내가 옆 도시 마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염없이 걸었지만 길을 잃고 헤매다 어머니께 발견되어 엄청나게 혼났던 기억이 떠오른다.” 번역자 이상민의 필기구 덕질은 이렇게 시작된 셈이고, 3,000점 넘는 필기구가 집에 가득 찰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화룡점정으로 이 책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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