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연구는 ‘아름다운 노래’ 같이 한국어 형용사가 명사를 수식하는 구문의 양상과 그 의미에 대한 연구로서, 한국어의 구문 및 구문 요소의 심층적 의미 분석의 일부이다. 이를 위하여 코퍼스, 즉 언어 사용 자료 기반의 통계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이것을 ‘코퍼스 기반 통계적 의미론’ 또는 ‘코퍼스 의미론’(corpus semantics)이라고 부를 만하다.
1970년대 이후 언어 의미를 연구하는 큰 방향은 형식의미론(formal semantics)과 인지의미론(cognitive semantics)이다. 형식의미론은 문장의 의미를 그것이 세계에 비추어 참인 논리적 조건으로 가정하고, 문장 요소의 의미를 그것이 문장 의미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분석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형식의미론이 의미의 조합성(합성성)을 잘 포착할 수 있지만, 전통적 의미 연구의 대상인 개별 단어의 의미 내용은 제시하기 힘들다. 인지의미론은 인지적 대상, 즉 마음속의 의미인 개념을 바탕으로 해석구조, 범주화, 은유 등 여러 의미 현상을 설명한다. 인지의미론을 포함한 인지언어학의 기본 가정인 사용기반 접근법은 코퍼스 의미론의 연구 방법이기도 하다.
본 연구는 언어의 사용 속에서 구문과 그 요소의 의미를 연구한다는 점에서 인지적 의미론과 연결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인지의미론 연구들이, 사용기반을 표방하면서도, 대부분 직관에 기초했던 것과는 달리, 본 연구는 코퍼스에 기초하여 통계적으로 연구한다는 면에서 전통적 인지의미론과 구별된다. 아울러 본 연구는 구문의 독립적 의미를 연구한다는 면에서 구문문법(construction grammar)과도 연결된다.
사물의 상태 또는 속성을 기술하는 형용사의 의미가 가장 잘 드러나는 구문이 형용사의 명사 수식 구문, 즉 [A N] 구문이다. 따라서 [A N] 구문을 이용하여 형용사 의미를 연구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이 책의 연구는 단어의 의미를 그것과 함께 나타나는 단어들로써 알 수 있다는 Firth의 분포 가설을 따른다. 먼저 수식 구문에 나타나는 특징적 형용사-명사 대응 쌍을 연어(collocation) 분석 방법을 사용하여 분석한다. 또한 형용사의 의미를 그것이 특징적으로 수식하는 명사들을 이용하여 분석하고, 명사의 의미를 그것을 특징적으로 수식하는 형용사들을 이용하여 분석한다. 이것은 형용사에 대하여 명사가 갖는 연어도와 명사에 대하여 형용사가 갖는 연어도가 다른 방식, 즉 비대칭적 연어도를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먼 훗날’에서, ‘훗날’에 대한 ‘멀다’의 연어도가 ‘멀다’에 대한 ‘훗날’의 연어도보다 크다. 이를 위하여 연어의 비대칭성 혹은 방향성을 포착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이용한다. 나아가 네트워크 분석 등을 통하여 비슷한 뜻의 단어들, 즉 유어어들 사이의 의미 관계를 분석한다.
이 책은 또한 각 형용사가 특징적으로 수식하는 명사들, 각 명사를 특징적으로 수식하는 형용사들, 그리고 대표적인 [형용사 명사] 표현들의 목록을 포함한다. 필요한 정보를 찾기 위한 일종의 사전으로 사용될 수 있다.
이 연구를 가능하게 해준 한국연구재단에 감사한다. 아울러 연구의 과정에서 여러모로 도움을 준 현숙, 민, 이진 등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