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살고 싶지 않아.
집도 학교도 친구들도 좀 더 밝고 다정했으면 좋겠어.
그렇다면, 청소를 시작해 보라.
설마 요즘에도 이런 집이 있을라구? 생각하면 오산이다.
많다. 여러분이 아는 것보다 훨씬.
아빠는 집에 오면 손도 까딱 않고 자기는 기껏 스포츠 중계나 보면서 온갖 잔소리를 쏟아낸다. 어디 그뿐인가, 가부장적이다 못해 손찌검까지 한다. 그런 아빠한테 질려서,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그저 예 알겠어요, 대답하며 그 순간을 넘긴다. 아빠와 똑같이 바깥일을 하면서도, 집안일은 늘 엄마 차지다. 엄마는 일에 치여 지칠 대로 지쳤다. 신경질적이다 못해 무기력해지기까지 했다. 당연히 집 안은 엉망진창이다.
현관부터 거실 주방 2층까지 어질러진 물건은 뒤죽박죽이고 발 디딜 틈조차 없다. 집은 쓰레기장 같다. 게다가 유치원 다니는 동생이 투정 부려서 다투면 꾸지람도 온전히 지사 몫이다.
집에서 마음의 뿌리를 내리지 못했으니, 학교에서도 마음 붙일 곳을 못 찾고 겉돌 수밖에. 집이 엉망이라 친구들을 집에 데려오기도 싫고, 그러려고 한 게 아닌데 친구들을 대하는 말투가 자꾸 냉랭하고 까칠해진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지사 편은 없는 것 같다.
그런 지사 앞에 아냐가 나타났다.
까불거리는 주제에 등교를 거부하는 고바야시도 나타났다.
향긋하고 밝은 기운이 나는 아냐의 집을 다녀오고, 돌아가신 아빠가 설계한 집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다고 말하는 고바야시와 이야기 나누며 지사는 달라지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시작한 청소 대작전.
열세 살 인생의 변곡점이 청소를 시작하는 것이었다니.
집도 인생도 맑고 향기롭게 가꾸어 갈 고바야시 하우스 클리닝.
인생이라는 어마어마한, 크고 대단한 것을 바꾸고 싶은가?
그런 것은 없다. 크고 대단한 것들은 저 혼자 따로 있지 않고 작고 사소한 것들에 녹아 있기 마련이니. 작고 사소한 것들부터 시작해 보라. 가령 집 청소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