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는 한국종교를 말하고 있지만 이에 관한 정의나 기능, 또는 역사를 다루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본서는 각 종단 종교인의 주장을 수용한 독단론(dogmatism)에 의해서도, 혹은 그들의 주장을 간과함으로써 반종교적인 환원론에 근거해서도 논의를 전개하지도 않는다. 다만, 되도록 이 둘 사이의 균형을 유지한 채 ‘있는 그대로’, 혹은 ‘나타나는 그대로’를 기술하고(describe), 필요에 따라 이를 설명하는(explain) 정도로 글의 성격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뿐만 아니라 본서는 종교학에서 거시적 시각(macro perspec tive)의 대표적인 연구 방법인 종교현상학의 방식을 모범으로 삼은 것도 아니다. 특히「예수의 성육신과 증산의 인신강세」는 유물론적 해석이라는 비판의 여지가 있는 반(反)종교 이론의 성격을 지니므로 더더욱 그러하다. 굳이 변명하자면, 여기서 다루어진 주제들은 저자의 내적 태도로는 독단론과 환원론 사이에서 ‘중립성’을 견지하려 했으나, 연구 방법과 글의 전개 방식에서 본의와 다르게 태도의 탈선이 발생하여 중립성의 궤도에서 이탈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평가는 전적으로 독자들에게 맡긴다.
이 책은 동학, 대종교, 증산교, 원불교에 관한 내용의 한국종교, 일본계 외래종교인 한국SGI, 그리고 보론적(補論的) 성격을 지닌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여기서는 책의 제목에 담긴 ‘한국종교’의 범위에 대해서 일종의 조작적 종교 정의를 도입한다. 책에서 다루는 동학, 대종교, 증산교, 원불교는 한국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종교라는 의미에서 한국종교로, 한국SGI는 현재 국내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보이는 불교계 종단이라는 점에서 광의적 개념으로 ‘한국종교’로 포함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에 관해서는 조직의 규모와 성격상, 한국에 있는 대부분의 종교를 망라하는 단체이므로 이 책에 포함했다.
본서를 한국종교 ‘따로보기’라고 칭한 이유는 책에서 다루고 있는 각각의 종교 전반을 톺아보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관심한 특정한 주제들에 관한 내용을 한정하여 다루고 있기 때문에, ‘따로 떼어서 부분적으로 보기’라는 의미에서 그렇게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