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녹아 있는, 동락의 레시피
에피소드마다 저자가 고심하여 고른 동락의 레시피를 소개한다. 간모도키부터 토마토오뎅, 밧테라즈시, 나베, 돼지고기 된장절임까지 각 요리에 저자의 삶과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처음 보는 요리도 있고, 사진과 글만으로 그 맛이 상상되는 요리도 있다. 저자의 레시피는 대체로 간결하고 명료하다. 마트까지 번거롭게 재료를 사러 갈 필요 없이 냉장고에 있음 직한 재료를 꺼내 요리하는 과정을 보여 준다. 저자의 이야기를 가만 보고 있으면 침이 꼴깍 넘어가고 만다. 요리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방법을 따라 해 식탁을 꾸리고 싶어진다.
표지부터 마지막 책장까지 저자가 직접 찍은 요리 사진을 곳곳에 배치했다. 난생처음으로 요리학원에 다녀 신이 난 저자의 얼굴부터 저자의 세심한 손길이 묻어난 부엌, 음식이 정갈하게 담긴 그릇, 셰프 유니폼을 입어 본 손님의 쑥스러운 미소, 두부완자를 반죽하느라 집중한 어린 손주의 표정까지 저자가 긴 시간 동락에서 보아 온 일상을 있는 그대로 실었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 동락의 구석구석을 둘러보다 보면 이 작은 식당이 단순히 음식을 제공하는 곳으로만 느껴지지 않게 된다. 각자의 일상을 지나온 사람들이 잠시 머물다 가는 장소. 마음과 마음이 맞닿는 장소. 서로를 잘 알지 못하더라도 안부가 오가고 다정한 웃음이 드나드는 공간이 된다.
“단골집이 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요리와 삶의 교차점에서 발견한 풍경
물론 가게를 운영하는 동안 좋은 일만 있던 건 아니었다. 코로나가 유행하여 손님들의 발길이 끊긴 적도 있었고, 부엌 수도가 동파되어 가게 문을 닫아야 했던 적도 있었다. 나이 탓에 몸이 금방 지쳐 얼굴을 찌푸린 날도, 늦은 시각 겨우 끼니를 때우며 한숨을 쉬었던 순간도 있었다. 그렇지만 저자는 이처럼 회고해 본다. “몸은 고달프고 결국 중도 포기하고 말았지만, 잃기만 한 게 아니었다는 걸 이제는 안다”라고.
요리를 하기 전에는 미처 몰랐던 것이었다. 밝고 다정한 아내에게 이렇게나 강한 면이 있었는지. 가족과 둘러앉아 재료를 다듬는, 그 작은 순간이 얼마나 오래가는 기억인지. 가게 안팎으로 마주치는 사람들이 각자의 삶을 얼마나 충실하게 견디고 지나왔는지를 이제는 또렷하게 느낀다.
아울러 장마다 오랜 시간 동락과 함께해 준 가족과 손님들의 편지를 실었다. 세상일이 혼자만의 몫으로 느껴지더라도, 돌이켜보면 혼자 해낸 일들은 좀처럼 없다. 늘 가깝거나 먼 거리에서 안부를 묻고 마음을 보태 준 사람들이 있었다. 동락도 그랬다. 동락에 의미를 더해 준 사람들이 있어 『노소동락』의 책장을 가득 채울 수 있었다. 꿈을 향해 나아가고 고민하는 여정에서 저자가 건져 올린 소중한 순간들이 독자들께도 깊은 울림을 선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