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팀이 전하는 말
이 책을 번역하게 되기까지 꽤 오랜 기다림이 필요했습니다. 작가와 연락이 닿기까지, 그리고 번역과 출판을 설득하기까지 몇 달의 시간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한 문장 한 문장을 신중하게 고르고 다듬어 가면서, 몇 번에 걸쳐서 작가에게 긴 메일을 보내곤 했습니다. 출판을 앞두고 그간의 메일들을 갈무리 하다보니, 이 책을 꼭 두 번째 책으로 번역하고 싶다는 마음이 꾹꾹 담겨 있는 내용이 있어 여기에 일부를 옮겨 보았습니다.
"친애하는 쇼블러 씨,
(전략) KoDe는 당신의 책 [Ich kann das ja nicht!!]를 두 번째 책으로 꼭 번역하고 싶습니다. 학습의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이상하거나 잘못된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아이들이 다양한 이유로 인해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그저 하나의 문제 혹은 해결해야하는 상황으로만 여겨집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려는 이들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지난 메일에 말씀드렸던 바와 같이, 한국의 교육 지형 안에서 학습부적응으로 분류되는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이나 도울 수 있는 책은 아주 부족한 편입니다. 당신의 책은 엘리라는 아이 본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동시에 그녀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보호자의 조언을 담고 있습니다. KoDe는 독일어로 된 의미 있는 책들을 한국에 번역하는 작업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팀입니다. KoDe는 당신의 책이 한국 사회의 어린이들과 보호자들을 위해 꼭 필요한 책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후략)"
이 책이 출판되었던 때가 2019년이니, 당시 열 살이던 엘리는 이제 열다섯 살이 되었을 것입니다. 지킴이들이 엘리의 귀를 막아주고 나쁜 생각 구름들을 불어내, 엘리가 낱말 서랍 안에 글자들을 잘 정돈해서 넣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을 것이라, 엘리는 천천히 자신의 속도 안에서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을 알아가는 사람이 되었을 것이라 믿습니다.
KoDe가 번역하고 출판한 첫 번째 동화책의 큰 주제는 인권과 평등, 공존입니다. 그리고 두번째 동화책인 이 책의 주제는 교육적 포용과 자기긍정감, 자존감과 자신감 함양입니다. 교육과 학습에 관련된 의미 있는 화두를 던지는 동화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KoDe가 움틀 수 있도록 생각과 힘을 더해주고, 갓 찾아낸 빛나는 이야기들을 가장 먼저 들어주는, 낯선 도전에 응원을 아끼지 않는 지은이에게 오랜 고마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