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실패할 권리가 있단다.”
단단한 다정함으로 전하는 가장 뜨거운 격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기요스미는, 남자인데 바느질이 취미라 학교에서 겉돌면서도 자기소개를 할 때 수예부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하는 꿋꿋한 성격이다. 한편, 눈에 띄는 옷을 싫어하는 미오는 결혼을 앞두고 기성 웨딩드레스가 너무 귀엽거나 화려한 것밖에 없어 힘들어한다. 드레스를 만들어보고 싶었던 기요스미는 자기가 웨딩드레스를 지어주겠다고 선언하지만, 사쓰코는 “그만둬. 네가 드레스를 만들 수나 있겠어?”라며 냉담한 태도를 보인다. 기요스미는 반대에도 개의치 않고 할머니 ‘후미에’의 도움을 받아 웨딩드레스를 만들기에 돌입한다. 하지만 정말 프릴 하나, 리본 하나 달기 싫어하는 미오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고민하게 된다.
한편, 사쓰코는 이혼한 전남편이 성공하지 못한 디자이너인 탓에 기요스미가 바느질을 하는 것이 더욱 달갑지 않다. “걸출한 센스나 재능”이 없는, 특별하지 않은 자신의 아이가 실패하거나 상처받지 않고 “적당히 괜찮은 수준”으로 평범하게 살아가기만을 원할 뿐이다. 그게 어려운 바람이냐며 한탄하는 사쓰코를 향해 후미에는 “실패할 권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고, 사쓰코는 ‘실패’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내일 강수확률이 50퍼센트라고 치자. 너는 기요가 걱정되니 우산을 챙겨 가라고 하겠지. 그다음부터는 그 애 문제야. 무시하고 비에 젖거나 감기에 걸려도 그건 그 애 인생이야. 앞으로 감기에 걸리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할지도 모르고, 어쩌면 비에 젖는 것도 제법 기분 좋을지 몰라. 네 말을 듣고 우산을 챙겨 갔어도 날이 맑을 가능성도 있고. 그 애한테는 실패할 권리가 있단다. 비에 젖을 자유가 있어.” (146쪽)
남자답게, 여성스럽게, 부모니까
그런 말들에 망설여본 적 있는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응원
데라치 하루나는 ‘가와이 하야오 이야기상’ 수상 소감에서 “이 소설은 세간에 가득한 편견, 이러면 안 된다고 모두가 생각해 온 것에 하나하나씩 의문을 던져보려고 쓴 것입니다.”라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그렇기에《물을 수놓다》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편견’에 의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남자답지 않게 바느질을 좋아하는 기요스미, 여자인데 귀여운 것을 싫어하는 미오, 애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어머니 사쓰코, 제대로 된 아버지 노릇을 하지 못한 젠, 가정도 꾸리지 않고 젠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친구 구로다, 적극적인 성격을 누르고 순종적인 아내로 살아온 할머니 후미에.
그들은 의무감과 애정 사이에서 각기 가족 구성원의 책임을 다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그 ‘당연한 책임감’ 때문에 인물들의 마음속에 깃든 편견은 때로 외부가 아닌, ‘그래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믿는’ 자신의 마음에서 비롯하고는 한다.
우리 역시 ‘보통’의 삶을 위해 저마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들을 짊어지고 살아간다. 결코 가볍지 않은 그 무게를 감당하느라 작중의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마음을 억누르거나, 원하는 것이 있어도 ‘내 입장에서는 그러면 안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망설이기도 한다.
작가는 다양한 입장과 가치관을 지닌 가족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낸 이 작품을 통해, 그러한 망설임을 품어본 적 있는 모든 이들을 응원한다. 또한 ‘세상에 당연한 것이 있을까?’ 하는 의문을 던짐으로써, 읽는 이로 하여금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것’을 직시할 용기를 내도록 격려한다.
《물을 수놓다》의 모든 글귀마다 깃든 그 청정하고 맑은 응원이, 읽는 이의 마음에 물결처럼 가닿기를 바란다. 그것은 분명 편견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진짜 나’를 지탱할 단단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