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철학(experimental philosophy)은 21세기 벽두에 태동하여 약 20여 년 이상 숱한 토론과 논쟁을 불러일으키면서 진행되어 온 새로운 철학 운동이다. 이 운동은 그 동안 철학, 특히 현대 분석철학에서 사용되어 온 표준 방법론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서 “실험”이라는 과학의 경험적 방법론을 내세워 철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창하고 있다. 그래서 이 운동에 참가한 실험철학자들은 철학적 물음을 탐구할 때 심리학이나 인지과학, 또는 기타 사회과학 등의 경험적 방법, 그 중에서도 “설문조사” 같은 경험적 방법을 사용해야 하거나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직관”, “사고실험”, “반성적 평형” 같은 선험적 방법(a priori method)을 주로 사용해 온 현대 분석철학의 흐름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실험철학은 그동안 초기의 운동을 벗어나 주제와 방법 모두에서 확장되어 왔다. 처음에 실험철학은 지식 개념과 관련된 게티어 문제(Gettier-Problem)와 관련된 문제 등으로 비교적 제한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윤리학, 심리철학, 인식론, 언어철학, 형이상학 등 철학의 거의 전 분야와 관련된 연구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다. 게다가 실험철학은 다른 학문 분야의 연구들과도 점점 더 얽히고설켜 연구가 진행되었으며, 심리학자나 언어학자, 인지과학자들과도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실험철학은 현재 지리적으로도 엄청난 확장을 보여주고 있다. 초기 실험철학 운동은 대체로 영어권 나라들, 특히 미국에 한정되었었는데, 지금은 프랑스, 폴란드, 포르투갈, 발트해, 네덜란드, 독일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장점이랄 수 있는 것은 실험철학에 대해 단편적이고 인상적인 접근이 아니라 그동안 있었던 20여 년간의 발전 상황에 대해 아주 체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실험철학 운동의 취지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간에, 이 책은 이미 태동하여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실험철학 운동을 이해하고, 앞으로의 발전을 가늠해 보는 데 커다란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