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들의 과거시험, ‘승과(僧科)’
조선시대 승과는 어떻게 운영되었고, 승과의 입격자들은 누구였는가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존재한 승관제(僧官制)와
조선시대 승과의 양상과 전개에 이르기까지
우리 역사 속 승과 전통에 관한 역사적 고찰!
승가(僧伽)에서는 일찍이 도승(度僧), 즉 출가와 관련해 시험을 행했다. 중국의 경우 승니(僧尼)의 수를 제한하기 위해 사사로운 출가를 제한하였으며, 이를 위해 경론(經論)을 독송ㆍ진술하는 시험을 치렀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승직 선출에 있어 일정한 시험이 있었음을 알 수 있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이른 시기의 예로 『동문선』 「신라 가야산 해인사 선안주원 벽기」에 ‘선덕여왕 때 지영과 승고가 중국 유학을 다녀온 후 처음으로 대덕(大德)에 뽑혔다’는 기록을 들 수 있다. 이는 대덕 선발과 관련해 일정 시험이 존재했음을 알려준다. 이렇듯 우리 역사에서 승려들을 대상으로 시험을 보게 하고, 특정 승려를 선출, 그들에게 승직(僧職)을 부여한 제도를 ‘승과(僧科)’라 한다. 풀어 설명하자면 ‘승려들의 과거시험’인 셈이다.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까지,
승과의 양상과 전개
이러한 전통은 삼국시대 이래 고려, 그리고 조선에 이르는 기나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 다만 승과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은 고려시대에 이르러서이다. 고려시대 처음 승과가 실시된 것은 광종 때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며, 『고려사』 등의 옛 문헌에서는 승과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사실이 기록되어 현재까지 전해지기도 한다.
이러한 고려의 승과 내지 승관제(僧官制)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연구가 있었다. 그러나 조선의 경우 도승 내지 도첩제(度牒制), 그리고 승직(僧職) 및 승관제(僧官制)와 관련된 다수 논문이 있었음에도, 승과와 관련해 몇몇 연구만이 진행되었을 뿐 총체적인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저자는 조선시대 승과의 양상과 전개에 관한 고찰은 물론, 조선 각 시기별 승과의 주관자와 입격자를 파악해 나간다.
저자는 먼저 삼국시대로부터 고려시대까지 존재한 승관제(僧官制)에 대해 설명한다. 역사적 전통을 고찰함에 있어 그 시작점을 살피는 일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어 사찰 관련 업무를 관장했던 기관인 승록사(僧錄司)의 구성과 양태, 역할에 대해 살펴보고, 조선 초에 행해진 종파(宗派)의 통폐합과 승록사의 혁파 과정을 서술한다. 특히 혁파된 승록사를 대신한 양종도회소(兩宗都會所)의 구성과 역할을 살피는데, 그 역할 중에서 승니(僧尼)의 시재행(試才行)과 도첩(度牒) 발급, 선시(選試, 승과의 별칭)의 주관, 주지(住持)의 작첩(爵牒) 발급 등의 역할에 주목한다.
Ⅲ장에서는 조선 초부터 세조 연간에 이르기까지 진행된 선시의 형식과 이를 통해 수여된 품계(品階)에 대해 알아본다.
이어 유교 사회인 조선에서 선시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에 대해 고찰하는 대목이 주목된다. 저자는 시기별로 선시가 혁파되고, 다시금 복원되며, 나아가 기형화되는 과정을 살펴보는데, 여기에는 왕족의 친불적 성향이나 조선시대의 커다란 사건 중 하나인 임진왜란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마지막 Ⅳ장에서는 각 시기에 따른 승과의 주관자(主管者)와 입격자(入格者)를 파악한다.
조선시대에 승과에 입격한 자들은 당대 문인들과 견줄 수 있던 자들로, 조선시대 불교계의 위상을 대변해 주었던 자들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관련 사료의 부족 등으로 인해 조선시대의 승과에 대한 연구는 진행되지 않았고, 승과 입격자들의 현황과 그 활동 또한 파악하기 어려웠다.
이에 저자는 조선왕조실록과 문집류(文集類), 불상 조상기(造成記)와 불화(佛畫) 화기(畵記), 그리고 조선시대 간행 불서(佛書)의 간행질(刊行秩)을 통해 이들 각각의 명단을 파악한다. 특히 이 중 불서의 간행질에 수록된 다수의 입격자 명단은 조선 전기 불교사를 연구하는 데 중요 자료가 될 것이다.
다시 조명되는 우리 불교사의 중요한 전통, 승과
조선시대 승과는 1564년 이래 폐지되면서, 명종 대 승과가 진행되었던 서울 봉은사의 승과평(僧科坪)은 현재 코엑스 구석의 표석으로만 남아 있고, 남양주 봉선사의 승과원(僧科院)은 채마밭으로 변해버렸다. 하지만 현 조계종단에서는 승과 전통을 되살려 2001년 이래 승가고시를 실시하였고, 현재는 5급에서 1급까지의 승과고시가 정례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천 무비 대종사는 이 책을 “(조계종단이 실시하고 있는 승과고시를 뒷받침할) 승과에 대한 역사적 고찰이 부족한 상황 속에서 종단의 역사적 전통 가운데 하나를 되살린 중요한 업적”이라 하였다.
역사의 한켠에 묻힌 승과 전통을 우리 불교사의 중요한 전통 가운데 하나로 다시금 소환하는 것, 이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목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