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즐기며 누리는 공간 경험은
결코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선사한다
영국은 궂은 날씨와 척박한 토양에서 나오는 탓에 음식이 맛없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런 조건 속에서도 일찌감치 테이블 매너를 갖추며 레스토랑에서의 고객 경험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오늘날 외식산업의 수도 중 하나가 런던인 것은 그 이면에 깔린 빈틈없는 서비스 덕분이다.
세계 레스토랑 산업의 선두를 달리는 프랑스와 일본이 이탈리아와 중국을 제치고 외식의 최고봉을 정복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음식의 맛뿐만은 아니다. 홀의 접객도 주방의 요리와 마찬가지로 기술이라고 인식하는 프렌치 레스토랑들의 경우, 손님들이 좋은 시간을 보내는지, 필요한 것이 없는지 웨이터가 매 순간 살피고 챙긴다.
유서 깊은 레스토랑들에서는 아직도 웨이터들이 자신이 담당하는 테이블을 자식, 손자에게 대대로 물려주는 전통이 있다. 자신이 근무하는 레스토랑과 접객하는 테이블에 대한 긍지, 수십 년 넘게 쌓인 고객과의 관계가 만들어낸 부러운 현상이다.
자부심, 독창성, 그리고 장인 정신이 합쳐진 개념으로 일본인들이 즐겨 쓰는 ‘고다와리(こだわり)’라는 단어가 있다. 일본의 외식산업 종사자들이 마음 깊은 곳에 늘 새기고 있는 정신이다.
그와 동시에 중요시하는 정신이 ‘기쿠바리(きぐばり)’다. 손님에 대한 섬세하고 지극한 배려를 뜻하는 단어다. 이 두 단어가 오늘날 일본의 음식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시키고, 그 산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바탕이다.
이제는 레스토랑들이 음식의 맛에 집중하는 것만큼 서비스에 대한 노력도 생각해야 할 때다. 이는 단지 고급 레스토랑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모두 그렇게 하기는 어렵더라도, 최소한 환대의 마음을 품고 손님을 대하는 것은 누구든 할 수 있다. 비싼 임대료나 인건비 부담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비용은 미식 문화 선진국들에서 훨씬 높다. 직원 중 한 사람만 또는 주인만이라도 테이블을 지켜보면서 손님이 필요한 서비스를 바로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손님도 인건비가 추가되는 만큼 상승하는 음식값을 더 지불할 마음을 가져야 한다. 더 맛있는 음식에는 좀 더 비싼 값을 내듯, 더 좋은 서비스에는 조금 더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사고도 중요하다. 향상된 서비스는 맛있는 요리 못지않은 큰 부가가치가 된다는 믿음을 가지자. - ‘소중한 것은 환대하는 마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