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과 기후위기로 인해 전대미문의 위기에 직면한 지구, 그리고 그 위에서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는 인류의 미래.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시대의 모든 지성에게 던져진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이 책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세계관, 즉 인간중심주의로 무장한 근대 문명의 패러다임으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모색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 "탈인간중심주의"라는 새로운 렌즈를 통해 세계를 조망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저자는 먼저 "가이아의 침입"이라 명명된 전 지구적 생태 위기의 근원을 찾아 근대 문명의 철학적 토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구의 지성사를 주도해 온 마르크스, 뒤르켐, 베버로 대표되는 근대 사회이론은 모두 인간의 예외성을 전제로 자연을 대상화하고 지배의 대상으로 삼았다. 하지만 이러한 오만한 사유야말로 우리를 오늘날의 절망적인 상황으로 이끈 원흉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떤 사유의 지평을 열어야 하는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책은 신유물론의 관계론적 존재론을 제시한다. 인간과 자연, 문화와 물질의 이분법으로는 더 이상 복잡한 세계를 이해할 수도, 살아남을 수도 없다. 인류세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존재를 연결된 그물망 속에서 바라보는 혜안이다. 그것은 곧 근대적 사유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생태 문명으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하지만 생태 문명은 관념의 차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것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삶을 변화시키는 한편, 지역 공동체와 국가 나아가 지구 전체를 아우르는 구체적 실천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책은 화이트헤드, 라투르와 같은 탈근대 사상가들의 혜안을 빌려 생태 문명의 청사진을 그려 보인다. 일상과 제도, 국제정치와 지구 거버넌스 등 다양한 층위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 방향을 가리켜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