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보신 전쟁과 그 ‘전후처리’ 등에서 기도가 보여준 국가상國家像은 어떤 것이었을까. 기도는 보신 전쟁 발발 당초부터 도쿠가와 막부 지지세력과의 ‘전쟁’이야말로 신생 정부의 토대를 확립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으로 보고 ‘전쟁’을 통한 조기 평정을 줄곧 주장하고, 동시에 반정부 세력을 제압하고자 일찌감치 ‘도쿠가와가 출병’을 주장하고 실현시키고자 하였다. 결국 ‘전쟁’이 관군의 승리로 끝나고 신정부 쪽에서 싸운 제번 세력이 전공을 다투는 와중에도 기도는 특히 전쟁의 운명을 가늠한 최대 격전지인 도호쿠 지역의 민심을 천황의 ‘교화敎化와 덕화德化’에 기초하여 안정시키는 것을 급선무로 보고 다양한 형태의 점령지 지배처리 정책을 실시하였다. 특히 여러 번에 위탁근신중이던 항복한 아이즈 번사들의 홋카이도 등지로의 이주 개척을 추진한 점은 유명하다. 이를 통해 그들의 궁핍한 생활을 구제하고 한편으로는 홋카이도를 러시아 남하로부터 방어해 보자는 생각이었다(이는 당시의 복잡한 정세와 정계의 파벌 싸움 등으로 부분의 성공으로 그쳤다). 또 내전을 통해 신정부가 자체 해군력을 갖추지 못해 구막부 함대에게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경험을 통해 ‘병제(군제)’ 확정 및 근대일본의 해군(함대) 창설 등으로 연결되는 일련의 해군력 강화제언을 선도적으로 제창하였다.

조슈번의 의사 집안에서 태어나 일찍이 요시다 쇼인에게 병학을 배우고 다양한 신문물에 관심을 갖고 정계에 두각을 나타낸 기도 다카요시는 서양열강의 동아시아 침탈이라는 19세기 후반의 막말유신기幕末維新期 상황 아래서 조슈 번정의 개혁자에서 다시 정권교체의 추진자로서 국가(일본)의 안전과 독립이라는 ‘유신’ 즉 정권교체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일관된 삶을 살았다. ‘유신’ 이후 10여 년의 짧은 정치활동 속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긴 기도는, 보신 전쟁에서 폐번치현 시기(1868~1871)까지는 제번적諸藩的 할거체제의 타파 및 중앙집권적 국가체제의 채택을 당면 목표로 설정하고 강력한 리더십으로 오쿠보 도시미치 등과 함께 막번제를 해체하는 판적봉환과 폐번치현 같은 과감한 국가사업들을 주도하였다. 이후 이와쿠라岩倉 사절단에 참가하여 1874년 7월 서양을 순방하고 귀국한 후에는 이전보다 점진주의적인 태도로 입헌정체 도입의 토대 구축을 당면목표로 삼고 정한征韓의 연기와 내치우선의 입장을 취하고 국민교육의 충실 등을 주장하였다. 거듭된 권력투쟁과 병마로 쓰러져 중앙집권화의 완성을 보지는 못했지만 신생 일본의 국가방향을 설정하고 틀을 구축한 중요한 리더로 평가받고 있다.

이렇게 보신 전쟁의 전개 및 ‘전후처리’ 과정을 기도 다카요시라는 인물을 통해 살펴본 이 책은 이 분야에 대한 전문연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에게는 그야말로 선물 같은 책이라 하겠다. 실제로 근대 일본 성립기의 최대 내전인 보신 전쟁과 ‘전후처리’에 대한 역사적 고찰을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기도의 정치적 활약을 정밀히 분석한 것은 한일 양국 학계를 통틀어 최초의 시도라고 할 수 있다(기도의 삶 전체는 책 말미에 따로 〈연표〉로 깔끔하게 정리하여 게재하였는데 크게 참조가 된다). 일차 사료에 근거하여 역사적 사실들을 꼼꼼히 논증하고 일본근대사에서 극히 중요한 의미를 갖지만 우리에게는 상당히 낯선 ‘보신 전쟁’을 한국인의 시각에서 차분하게 분석한 이 책은 19세기라는 대격동기의 과거만이 아니라 오늘날의 일본과 정치에 대한 이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