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리지널 컬러 일러스트로 만나는 "곰돌이 푸" 두 번째 이야기
1926년 출간 이후 누적 판매 7천만 부 !
세계 각국 50여 개의 언어로 번역 !
전 세계가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 1위 !
동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위니 더 푸(Winnie-the-Pooh) : 늘 엉뚱한 행동을 일삼고 머리가 썩 좋은 편은 아니지만, 천진난만하기 이를 데 없는 곰돌이. 노래를 만들어 부르고 시 짓기를 좋아한다.
피글렛(Piglet) : 푸의 절친한 친구이며 소심하고 겁쟁이지만 호기심도 많은 새끼 돼지.
이요르(Eeyore) : 늘 우울해하며 구시렁대는 늙은 당나귀.
엄마 캥거(Kanga)와 아기 루(Roo) : 모성애가 지극한 엄마와 귀여운 말썽꾸러기인 아기 캥거루(KangaRoo).
티거(Tigger) : 《위니 더 푸》 두 번째 이야기인 《푸 모퉁이에 있는 집(The house at pooh corner)》에 새롭게 등장했다. 항상 통통 뛰는(bounce) 밝고 활기찬 호랑이.
래빗(Rabbit) : 늘 간섭하고 나서길 좋아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토끼.
아울(Owl) : 허술하게(?) 아는 게 많은 올빼미.
크리스토퍼 로빈(Christopher Robin) : 숲속 동물들의 든든한 친구이자 조력자인 소년.
그리고 조연급인 래빗의 친구와 친척들…….
밀른이 상상력을 발휘하여 만들어낸 래빗과 아울을 빼면 나머지 동물은 모두 아들 로빈이 가지고 있던 장난감 인형들이었다. 그리고 이들이 살아가는 장소는 동화 속에서 ‘100에이커 숲’과 그 주변으로 묘사되고 있는데, 이 숲의 실제 이름은 런던 남쪽으로 48km 정도 떨어진 이스트 서식스(East Sussex) 지방에 위치한 하트필드(Hatfield)의 ‘애쉬다운 숲(Ashdown Forest)’이다.
밀른은 로빈이 다섯 살이었던 1925년에 하트필드의 아담한 시골집 코치포드 농장(Cotchford Farm)을 사들여 주말이나 휴가철이면 늘 이곳에서 아내, 아들과 함께 지내곤 했다. 그러면서 아들을 데리고 자주 산책을 나갔던 장소가 바로 애쉬다운 숲, 즉 동화 속의 ‘100에이커 숲’이 된 것이다.
숲속 오래된 호두나무는 푸의 집이 되었다. 푸와 피글렛이 헤파럼프를 잡기 위해 함정을 팠던 여섯 그루 소나무가 모여 있는 곳이나 이요르가 우울할 때 찾는 장소, 푸가 만든 ‘푸 막대기’ 놀이를 하던 숲 언저리 강 위의 나무다리, 크리스토퍼 로빈이 친구들을 떠나는 골짜기와 마법에 걸린 장소도 모두 애쉬다운 숲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위니 더 푸》는 아버지가 어린 아들이 실제로 몸담았던 공간에서 아들이 사랑하는 인형들이 펼치는 재미난 모험을 이야기로 들려주는, 아들을 위한 선물이었던 셈이다.
《위니 더 푸》의 탄생에 어니스트 하워드 쉐퍼드(Ernest Howard Shepard)라는 이름을 빼놓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는 밀른보다 세 살 연상으로, 두 사람은 앞에 언급한 유머 잡지 〈펀치〉 편집부의 동료 직원으로 인연을 맺었다.
자료에 따르면 쉐퍼드는 《위니 더 푸》의 삽화를 그리게 되기까지 몇 차례 우여곡절을 겪었다. 원래는 다른 화가가 작업을 맡았는데, 동료 시인이 강력하게 추천하는 바람에 밀른은 마지못해 쉐퍼드의 그림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는 삽화를 그리기 위해 밀른과 로빈이 살고 있는 집에 머무르며 아이와 인형의 모습을 스케치하는 열정을 보였다.
만일 쉐퍼드로 낙점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오늘날 완전히 다른 버전의 푸와 피글렛을 만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하더라도 곰돌이 푸는 지금과 같은 유명세를 치르고 있을까?
밀른의 개성 넘치는 문장과 쉐퍼드의 언뜻 투박하면서도 따뜻한 그림으로 합작한 《위니 더 푸》는 출간 즉시 선풍적인 인기를 불러모았다. 자신감을 얻은 밀른은 2년 후인 1928년에 역시 쉐퍼드와 손을 잡고 두 번째 푸 이야기 《푸 모퉁이에 있는 집》을 출간했고, 이 책 또한 큰 호평을 받았다.
《푸 모퉁이에 있는 집》 역시 《위니 더 푸》처럼 푸를 비롯한 숲속 동물 친구들과 크리스토퍼 로빈이 이런저런 사건과 사고를 함께하며 헤쳐나가는 열 개의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1권 《위니 더 푸》와의 차이점이라면 티거(Tigger)라는 호랑이 친구가 등장한다는 것(로빈은 《위니 더 푸》 출간 이후에 호랑이 인형을 선물받았으리라.), 그리고 푸가 노래를 하고 시를 짓는 일에 더욱 열중한다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이야기의 종지부는 크리스토퍼 로빈과 푸가 ‘마법의 장소’로 떠나는 장면으로 그려진다. 그동안 성장한 크리스토퍼 로빈이 코치포드 농장을 떠나 기숙학교에 가게 되었음을 암시하는 마무리라고 하겠다.
곰돌이 푸 이야기를 그저 아이들 책으로 치부해 버리는 것은 곤란하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100에이커 숲은 인간 세상을 비유적으로 나타낸다. 푸, 피글렛, 이요르, 래빗, 캥거와 루, 아울 등 등장 동물들은 우리들이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인간상을 빗대어 보여 주고 있다. 어린이에게는 순수한 동심과 우정의 소중함을, 어른에게는 더불어 살아가는 인생살이에 대한 가슴 따뜻한 메시지를 전해 주는 《위니 더 푸》는 아이와 어른 모두를 위한 순백색의 동화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드는 안타까운 뒷이야기가 하나 있다. 푸 이야기는 외동아들 로빈을 향한 아버지 밀른의 지극한 사랑이 본래의 출발점이었던 것인데, 책이 출간된 이후 부자(父子) 사이가 도리어 소원해지고 말았다.
밀른은 하루아침에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라 아들의 얼굴도 못 볼 만큼 바쁜 몸이 되었고, 아들 로빈은 그를 동화 속 주인공과 동일시하는 본의 아닌 세간의 유명세를 치르게 되어 평범한 어린 시절을 빼앗긴 채 작품 속 캐릭터들에게 애증의 감정을 품고 살아가게 되었던 것이다. 바빠진 부모 탓에 생일조차 혼자 보내야 했던 외로운 아이 로빈은 후일 자신이 가지고 있던 동물 인형들을 아무 미련도 보이지 않고 출판사 편집자 손에 넘겨주었다. 편집자는 이를 다시 뉴욕 공립 도서관(New York Public Library)에 기증해, 푸의 모델이었던 곰 봉제 인형을 비롯한 동물 인형들은 현재까지도 이곳에 전시되어 있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아버지 밀른은 1956년 74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고, 아버지처럼 작가로 살았던 아들 로빈도 1996년 7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저세상에서 재회한 두 사람은 1백여 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 서로의 손을 꼭 잡고서 당시의 도타웠던 부자(父子) 간의 사랑을 다정하게 나누고 있을 것이다.
위니 더 푸, 피글렛, 이요르, 크리스토퍼 로빈 같은 이름은 영미권에서는 이미 익숙한 생활어로 통용된다. 푸는 ‘영원한 현재성’을 띠고 지금도 우리 곁에서 터벅터벅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