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불교의 모든 학파에서 가장 인기 있는 불교 공부와 수행의 접근방법 중 하나는 ‘로종 돈둔마’로 알려져 있는 법맥입니다. 이 용어는 흔히 ‘일곱 요점 마음 수련’으로 번역되는데, 여기에서 마음 수련이라 함은 ‘마음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이는 즉, 이 가르침이 범부인 수행자의 마음을 붓다의 마음으로 전환하는 힘을 갖고 있다는 뜻입니다. 달라이 라마 성하의 말씀에 따르면 이 성스러운 전통은 석가모니 붓다의 가르침의 정수로, 인도의 가장 저명한 두 스승인 성인 나가르주나와 아상가를 통해 전해졌다고 합니다.
지난 수년간 저는 한국을 자주 방문하여 불법을 가르쳐왔습니다. 이 명상 법맥은 다양한 법문 시리즈의 일환이었지만 안거 때에도 진행했을 만큼 여러 차례에 걸쳐 가르침이 이뤄졌습니다. 저는 1972년부터 1992년까지 인도와 네팔에서 티베트 불교를 공부했고, 저의 주된 스승은 달라이 라마와 달라이 라마의 스승이셨던 캅제 링 린포체와 캅제 트리장 도르제창입니다. 제가 불교를 공부하던 당시 달라이 라마께서는 게쉐 나왕 달게와 게쉐 랍텐등의 라마들에게 서양 학생들을 가르치는 임무를 주었는데, 라마 툽텐 예세와 라마 조파는 저의 영적인 삶에 중요한 역할을 한 스승들입니다.
1980년대 달라이 라마의 두 스승이셨던 캅제 링 린포체와 캅제 트리장 도르제창이 입적하신 후 저는 덴마 롭추 린포체, 첸샵 시르캄 툴쿠, 두붐 툴쿠, 암촉 툴쿠, 촘쩨 타시 왕걀을 스승으로 모셨습니다. 이들 라마들은 모두 겔룩파에 속한 분들이었고, 제 마음속에서는 항상 살아있는 붓다들입니다.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붓다들과 보살들의 깨달음의 성품을 두루 갖춘 화현으로 저는 그분들이 손에 금빛 바즈라를 들고 있는 깨달은 분들임을 확신합니다.
티베트 불교의 겔룩파 외에 저는 샤카 텐진 린포체, 드리쿵 체창 린포체, 전생의 딜고 켄체 린포체, 전생의 칼루 린포체, 이전 캄튤 린포체, 전생의 응악파 캄튤 예세 도르제등 다른 종파의 라마들에게도 법을 전수받았고, 일본 조동종의 사부야산 선사, 임제종의 후쿠시마 선사를 비롯해 위파사나 스승인 고엥카, 태국 불교의 스승인 부다다사 등 다른 불교 국가의 스승들에게도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제게 어느 정도 불법의 소양이 있다면 그것은 모두 이러한 위대한 스승들의 전수와 지도 덕분입니다. 그분들께서는 제가 감히 갚을 수도 없을 만큼 커다란 가르침과 친절을 베푸셨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세계를 돌며 불법을 가르쳐온 것이 그나마 제 스승들의 친절에 대한 작은 보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가 한국에서 불법을 가르치게 된 계기는 한국에서 출가해 16년간 승려 생활을 했던 재미교포 출신 제자인 청월의 초대였습니다. 인도와 히말라야 불교와 인연이 깊은 그는 일제 치하 때 사라져버린 신라 불교의 통합주의적 성격을 되살려야 한다며 제게 한국에서 로종(마음 훈련), 람림, 탄트라에 대한 법문을 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습니다. 그 후 매년 한국을 방문하여 여러 명상센터와 사찰을 비롯해 동국대학교 국제 선 센터 등에서 티베트 불교의 명상법을 가르쳐왔고 로종 관련의 안거를 이끌기도 했습니다.
1989년 미국에서 청월과 함께 제 법문의 통역을 도와주었던 조원희 또한 헌신적인 불교 수행자로서 ‘일곱 요점 마음 수련’에 관한 대부분의 통역을 비롯해 그 내용을 디지털로 저장해 글로 옮기는 수고로움도 마다하지 않고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 외에 제가 한국에서 법문했던 많은 녹음 파일들을 끈기 있게 듣고 일부 필사본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준 제자 류가미와 그것을 한국 독자들이 더욱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대중적인 표현과 문체로 수정하고 편집해 출판할 수 있도록 도와준 작가이자 편집자인 함영의 노고와 숭고한 노력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한 바쁜 시간을 기꺼이 할애하여 이 책의 내용과 용어가 잘못됨이 없도록 도와준 지오 스님과 아찰라님, 청월 그리고 이 책이 출간될 수 있도록 후원해 주신 보광스님 등 여러 분들과 출판 관계자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 출판물이 수십 년에 걸쳐 한국의 정신적 구도자들에게 커다란 정신적 이득과 즐거움을 가져다주기를 기도합니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