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우주에 관한 모든 지식은 최소한 지난 1만 년 동안 인류 최고의 지성들이 일구어낸 결실이라 할 수 있다.
20만 년 전 지구 행성에 최초로 등장한 인류는 자신들이 딛고 있는 땅덩어리는 부동의 자세로 세계의 중심에 굳건히 박혀 있으며, 하늘은 신이 만든 하나의 뚜껑으로 인식했고, 거기에 무수히 많은 별들이 박혀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인류 최초의 천문학자들은 이것에 천구(天球/celestial sphere)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물론 태양과 달 역시 천구에 박혀 있는 그 무엇이었다. 그 둘이 밤하늘의 여느 별들과 다른 점은 나약한 인간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존재로서, 그것을 ‘신’이라 생각하기도 했다는 점이다. 지구상의 수많은 원시 종족들의 신화 속에 숨쉬는 태양신, 달의 신은 그렇게 창조된 것이다. 많은 문명권에서 천문 현상은 신의 현현顯現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런 후 오랜 우주의 시간, 아니 찰나의 우주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지구상에 살다 간 수많은 현자들은 그 빛나는 지성으로 우주의 비밀들을 하나하나씩 벗겨냈다. 그 결과, 지금 인류가 살고 있는 우주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먼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는 우주의 중심은커녕 심지어 가장자리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우주에는 중심이란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며, 태양은 무수히 많은 별들 중 평범한 작은 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았다. 또한 영원히 반짝일 것으로 믿었던 별들 역시 우리 인간처럼 생, 로, 병, 사를 거쳐 이윽고 사라지는 덧없는 존재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별은 죽어서 자기 몸을 우주로 뿌리고, 또 그 별먼지들이 모여서 새로운 별로 탄생하는 윤회의 길을 걷는다. 그뿐인가? 우주 역시 우리처럼 생일을 갖고, 지금 이 순간에도 빛의 속도로 팽창하며, 원자 알갱이 하나도 한자리에 머무는 법이 없는 일체무상의 대우주다. 따라서 우리가 오늘 사는 이 우주는 어제의 우주와 다르며, 또 내일의 우주와도 같지 않은 것이다.
지구의 모래알보다 많은 무수한 별들이 피고 지며 명멸하는 이 광막한 대우주 속에서,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무엇일까? 나는 누구일까? 우주와 인간, 나와 우주는 어떤 끈으로 서로 묶여 있는 관계일까?- 이 같은 의문은 인류 최고의 지성들이 걸어간 우주로의 길을 따라가면서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무렵 각자 나름대로의 답을 얻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