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과 번역, 해설이 있는 삼국유사
이런 최고의 역사 문화서이지만, 지금까지 《삼국유사》 번역서는 대부분 원문의 충실한 번역과 여기에 어려운 용어에 관한 간단한 설명 정도에 그친 형태였고, 일부 번역의 오류도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에 비하여 이 책에서는 《삼국유사》의 원문과 번역 외에, 이야기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도록 역사적 사실에 비중을 둔 해설을 통해 《삼국유사》를 이해, 감상하는 데에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해설은 그간 이뤄진 학계의 연구를 분석하여 그 성과를 포괄적으로 담았기에 이 자체로써 하나의 《삼국유사》 해설서로 읽힐 수도 있을 만큼 자세하게 설명하였다.
총 9편으로 이루어진 《삼국유사》 가운데 〈흥법〉에는 삼국에 불교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직전과 직후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글이 특히 많아, 현재 한국불교사의 출발점을 연구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되는 부분이다. 〈탑상〉의 경우는 불탑과 불상에 관하여 중요한 자료들이 많이 담겨 있어서 불교미술사에서도 고전으로 여겨진다.
불교미술사학자인 번역ㆍ해설자 신대현 교수는 평소 “불교미술을 연구하려는 사람이라면 《삼국유사》를 들고 현장을 찾아갈 준비가 늘 되어 있어야 한다”라는 스승의 가르침을 좇아, 《삼국유사》를 수십 번 넘게 읽으며 공부했다. 그 결과 이 책에서 〈흥법〉을 통해 삼국의 왕이 어떤 연유로 해서 불교를 알게 되었고, 불교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주었는지 해설하고, 〈탑상〉을 통해 일반 독자들이 우리 불교미술에 대한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한 섬세한 해설들을 서술했다.
특히 〈흥법ㆍ탑상〉 이야기들에 얽힌 유적과 유물 사진들을 지면에 풍부하게 넣은 점도 번역과 해설을 현실적으로 생생하게 이해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원문과 해설, 그리고 관련된 사건에 관하여 빠짐없이 들어간 사진을 통해 원문을 지은 일연 스님의 뜻과 마음이 더욱 잘 전해질 수 있다.
과거와 현대인의 삶을 이어주는 인생의 철학
인류의 긴 역사를 거르고 또 걸러내면 종내에는 역사와 철학과 예술이라는 결정체만 남는다. 역사는 사실이고, 철학은 사유이며, 예술은 상징과 은유로 이들은 인간이 쌓은 지성(知性)의 총체이자 인간을 해석하는 수단이 된다. 《삼국유사》에는 이 모든 게 들어 있고, 나아가 고대 사람들의 희로애락과 본성에 충실한 꾸밈없는 행동들도 담겨 있다. 천년, 이천 년 전 옛날 사람들이 생각하고 살아가던 이런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역사와 생로병사, 희로애락, 거기서 나오는 인생의 철학을 느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