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 한국현대사!
12·12 그날의 숨 막히는 역사의 현장을 실시간으로 재현하다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가 박정희 대통령을 저격했다. 그로부터 한 달 반이 지난 12월 12일 수요일, 수도 서울에서 군사반란이 발생했다. 전두환 보안사령관 겸 합동수사본부장이 군 내 사조직 하나회를 동원해 일으킨 이 군사반란은 그날 저녁 정승화 육군참모총장 겸 계엄사령관을 한남동 총장 공관에서 불법 연행하고, 정 총장 측의 병력 동원을 사전 봉쇄하기 위해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 정병주 특전사령관, 육본 헌병감 김진기를 연희동의 요정으로 저녁식사에 초대, 유인함으로써 시작되었다. 대한민국의 운명이 바뀐 그날, 도대체 왜, 어떻게, 사건이 일어난 것일까?
이 책은 12월 12일 저녁부터 13일 아침까지 전두환의 합수부 측과 육본 측의 숨 막히는 대치 상황을 실시간으로 재구성함으로써 불복종과 배반으로 점철된 그날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특히 12·12 군사반란이 일어나게 된 전사(前事)와, 군사반란 이후의 이야기까지 담아냄으로써 12·12가 우리 현대사를 어떻게 뒤틀어왔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한다.
정승화, 장태완 등 관련자 100인의 생생한 증언과
사진으로 재구성한 12·12 그날의 진실
12·12 군사반란 이후 대한민국의 역사는 1980년 서울의 봄, 5·17, 5·18 광주 학살을 거쳐, 마침내 그해 8월 전두환의 대통령 취임으로 이어진다. 그로 인해 대다수 서울 시민들도 몰랐던 12월 12일 그날의 역사는 오랫동안 대중의 관심에서 잊히었다.
12·12 군사반란의 진실이 드러난 것은 1993년에 들어선 김영삼 문민정부가 하나회 숙청을 단행하면서부터다. 이 책의 저자 또한 이 시기 12·12의 주요 희생자인 정승화, 장태완 등을 만나 이들이 직접 겪은 12·12를 신문에 연재하기 시작한다. 특히 저자는 대학 4학년이던 1980년 5·17 전국계엄확대 당시 학교에서 공수부대원들의 군홧발에 무자비하게 맞았던 경험이 있었다. 실제 역사와 개인적 경험이 연결되면서 저자는 이 사건을 기록해야겠다는 소명을 가지고 취재에 임했다. 그렇게 만난 사람이 100여 명에 이른다. 이름을 밝히지 못한 사람도 있고, 가해자 측은 인터뷰를 할 수 없었지만, 이들의 생생한 이야기는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들려준다.
전두환이 치밀하게 세운 정승화 총장 연행 계획, 아직 취임식도 치르지 않았던 최규하 대통령의 사후 재가를 위한 공관 봉쇄, 그사이 사라진 노재현 국방부장관의 행방, 장태완의 수경사령부와 보안사의 대치 상황, 1·3·5공수여단이 합수부 측에 섰음에도 육본 측의 지휘를 받았던 9공수여단이 극적인 회군을 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 등 시시각각 전개되는 양측의 공방이 땀을 쥐게 한다.
과연 전방에서의 병력 공백까지 감수하면서 군대 이동을 통해 전두환 합수부 측이 얻으려는 권력과 당시 이를 정당화한 논리는 무엇이며, 사건 전후 미군의 반응 등은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상세하게 실려 있다. 또한, 정병주 특전사령관 체포 과정에서 사살된 특전사령관 비서실장 김오랑 소령, 국방부 청사를 지키다 죽은 정선엽 병장 이야기 등 12·12의 희생자들 이야기도 세밀하게 담았다. 특히 한국일보에서 제공한 사건 전후 중요 사진과 군사 이동 상황도 등의 도판 자료가 12·12 군사반란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실시간으로 재현된 역사 소설처럼 읽히는 이 책은, 역사에 ‘만약에’는 없지만, 정 총장 연행 당시의 7분, 9공수여단의 회군 등 다수의 운명적 상황을 확인하게 될 때마다 ‘만약에’를 생각하게 하며, 그만큼 흡입력 있게 읽힌다.
영화 〈서울의 봄〉이 놓친 결정적 진실
관련자들이 대부분 살아 있던 시기 인터뷰하고 취재했던 이 글이 다시금 독자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영화 〈서울의 봄〉의 성공 덕분이다. 1,300만 명 이상이 본 이 영화 덕분에 12·12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당시 실제 사건의 주요 인물을 인터뷰한 내용을 충실히 담고 있는 이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영화 〈서울의 봄〉은 픽션이므로 어디까지가 실제 상황인지 궁금해하는 관람자들이 많다. 상영 시간의 제약으로 생략된 부분도 있다. 특히 정우성이 연기한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에 관한 내용은 극적 효과를 위해 추가된 부분이 많다. 이 외에도 세밀한 몇몇 부분에서 영화와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독자에게 실제에 대한 궁금증과 사실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역사와 허구의 차이를 하나하나 확인해볼 수 있는 재미를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