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휘발되는 콘텐츠의 홍수
세월 이겨낸 가르침 ‘전등사서’에서 답을 찾다
지금 우리는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쏟아지는 콘텐츠 속에 살고 있다. 이야기가 넘쳐나는 시대, 새롭고 유일하다는 말은 무의미해진 지 오래다. 하루만 지나도 금세 낡고 오래된 것으로 취급 당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수용하고 소비하는 콘텐츠는 우리의 삶을 결코 풍요롭게 만들지 못한다. 오히려 넘치는 정보가 인간을 고립시키고 탐욕에 집착하게 하며 스스로를 지치게 만든다. 놓치고 있는 무언가를 되찾아야 할 때이다. 그리고 그 해답은 장구한 세월을 거치면서도 변함없이 전해지는 옛 불교서사 속에서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다시금 ‘전등사서(傳燈史書, 선사들의 법어와 선문답, 전법 내력 등을 모아 놓은 책)’와 같은 옛 이야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등사서’는 불자이든 아니든 누구나 읽을 수 있기에, 옛 선사들의 다양하고 흥미로운 일화를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에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쉽지만 가볍지 않다. ‘전등사서’ 속에 담긴 깨달음과 가르침은 결코 시대 지난 ‘옛 이야기’가 아니다. 한 시대에 국한되지 않고 현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에까지 귀감이 될 만한 이야기를 통해 나를 성찰하고 인생의 여러 갈등과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를 체득할 수 있으며, 먹고사는 일에 쫓겨 놓치고 있었던 삶의 진정한 의미와 행복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부처님 법에 대한 정견(正見)을 갖추고 해탈에 이르기를 바라는 불교 수행자부터 실천 가능한 삶의 지침을 찾으려는 일반 대중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전등사서’에서 그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시대 참된 수좌 월암 스님의
두 번째 죽비 소리
『전등수필2』는 월암 스님이 『전등록』과 『선문염송』 등 여러 ‘전등사서’를 열람하며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 글귀 100편을 엄선해 수필 형식으로 엮은 책이다. ‘전등사서’ 중에서도 오늘날 우리 삶에 이정표이자 거울이 될 만한 이야기를 골라, 스님 특유의 간결하고 담박한 해설과 법문을 더한 『전등수필』은 지난해 1권이 출간되어 많은 이들의 가슴에 선풍(禪風)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1권에서 ‘오직 모를 뿐’ ‘조고각하’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 같이 비교적 널리 알려진 구절들을 소개했다면, 이번 2권에서는 부처님과 옛 선사들의 가르침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내용은 깊어졌지만 간결하고 담박한 문체로 풀어낸 1권의 재미와 감동만큼은 고스란히 이어진다.
선 수행자로서 오랜 세월 한국과 중국의 제방 선원에서 수행해 온 월암 스님은 『전등수필』을 통해 간결하지만 예리하고 명쾌한 직관으로 우리 시대에 일침을 놓는다. 사유가 부족한 시대, 외로움과 불안함에 익숙해진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전등수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집착과 욕망을 내려놓고 지금의 나에 집중하는 방법을 알려주며, 나아가 깨어 있고 열려 있는 삶을 통해 공감ㆍ공명ㆍ공존의 불이(不二) 세상을 만들어 가는 선(禪)적 해답을 제시한다.
『전등수필』 2권으로 다시 한번 독자들을 찾아 온 월암 스님은 간절한 마음으로 우리에게 당부한다. 부디 밖에서 찾지 말고, 있는 그대로 온전함을 깨달으라고.
눈이 천 개인 관자재보살은 등불을 빌리지 않는다.
또한 눈이 없는 사람도 등불을 빌리지 않는다.
온몸이 눈이기 때문이다.
온몸 그대로 법신이요, 온 마음 그대로 비로자나(광명)이다.
부디 밖에서 찾지 말고, 있는 그대로 온전함을 깨달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