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9원짜리보다 효과 좋은 10원짜리 - 제2의 글리벡보다 국영 제약사가 필요한 이유
1부 ‘삶과 약’은 아플 때뿐 아니라 늙어도 살쪄도 작아도 피곤해도 약을 찾게 하는 사회를 이야기한다. 자연스러운 노화를 병이라 여기게 하는 안티에이징 산업이 노인 차별과 여성 차별에 연결된 현실을 지적하고, 변화된 사회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해답을 발기 부전 치료제에서 찾는 남성들의 현실도 꼬집는다. 또한 심각한 부작용이 염려되는 비만 치료제의 문제점과 약으로 키를 크게 하고 살을 빼려는 사람들을 둘러싼 모순을 비판하고, 피임약을 여성의 자기 결정권 강화와 의약품 접근권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일터에서 병에 걸려 건강도 일자리도 잃은 노동자와 산업 재해를 인정받지 못해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살펴본다.
2부 ‘약, 먹어도 병 안 먹어도 병’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치료제가 공부 잘하게 하는 약으로 둔갑한 배경에 자리 잡은 그릇된 욕망을 비판하고 약 안정성 문제에 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 ‘모든 약은 독’이라는 전제 아래 부작용 때문에 허가가 취소된 ‘장수’ 의약품 문제, 약처럼 생겨서 사람들을 ‘속이는’ 건강 기능 식품과 건강식품의 문제를 지적한다. 그러나 평생 약하고 함께해야 하는 만성 질환자들의 불신을 다독이고 아이에게 안전하게 약 먹이는 법을 소개하는 한편 약을 무조건 피하지 말고 적절히 사용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또한 감기는 사회적 질병이며 고쳐야 하는 대상은 개인의 몸과 마음이 아니라 사회라는 점을 강조한다.
3부 ‘제약 산업의 불편한 진실’에서는 우리 사회의 99퍼센트를 무시하는 제약 회사를 비판하고 국영 제약사 설립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제약 회사는 의약품 특허를 내세워 생명에 관련된 신약을 독점 공급하면서 횡포를 부리고, 가난한 나라에서 임상 시험을 한 뒤 부자 나라에서 약을 팔고, 효과 좋은 10원짜리보다 그저 그런 비싼 약을 파는 데 혈안이다. 그런 제약 회사에 맞서야 하는 정부는 의료 민영화를 국가 경쟁력이라 우긴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차별받지 않고 약을 쓸 수 있으려면 의약품 접근권을 강화해야 하고, 그러려면 국영 제약사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4부 ‘똑똑한 약 소비자 되는 법’에서는 안전하게 약 먹는 법, 약 잘 버리는 법, 건강을 지키는 법을 상세히 설명한다. ‘1일 3회, 식후 30분’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통해 배우는 진짜 약 먹는 법, 편의점 판매 의약품 안전하게 이용하는 법, 노인 환자의 올바른 약 이용법, 안전하게 약 먹는 10가지 방법 등을 자세히 소개한다. 약이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의약품 쓰레기 수거에 관련된 현실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또한 약을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먼저 쉬운 약 사용 설명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하고, 적극적인 의약품 부작용 신고가 건강을 지키는 데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건강, 사회, 약 - 약 권하는 사회에서 우리 모두 건강하게 사는 법
다국적 제약 회사의 문제점을 다루거나 약 먹는 법을 알려주는 책은 꽤 있지만, 왜 약을 먹는지, 약을 잘 먹는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제약 회사의 비밀과 정부의 의료 정책이 내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픈 사람은 누구나 약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당연한 생각이 왜 실현되기 어려운지, 약과 사회는 서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밝힌 책은 별로 없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산업 재해 사망자 수 1위에 자살률 1위, 최장 수준의 연중 노동 시간을 기록 중인 나라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버티려고, 나와 가족의 건강을 지키려고 약을 찾는다. 의사와 약사를 믿고 약을 먹지만 약이 우리 몸속에서 어떤 작용을 하고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알지 못한다. 따라서 《식후 30분에 읽으세요》는 약을 먹어야 하는 환자뿐 아니라 환자를 진단하고 약을 처방하는 의사와 약을 조제하고 권하는 약사에게도 필요한 책이다. 의사와 약사, 환자는 서로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일상적으로 접하는 의약품 광고의 이면에는 어떤 비밀이 있는지, 정부가 부르짖는 국가 경쟁력이 왜 거짓말인지, 건강을 위해 꼭 먹어야 하는 약을 어떻게 해야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지를 《식후 30분에 읽으세요》에서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