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현재 지구촌에서 가장 끔찍한 생지옥을 하나 꼽으라면 단연코 팔레스타인의 가자 지구를 들 수 있다. 2023년에 시작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인해 가자 지구에 사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사망, 부상, 기근, 전염병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으며, 이를 보다 못한 전 세계의 양심적인 사람들이 이스라엘의 만행을 규탄하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유독 어떤 개신교인들은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옹호하는 일에 적극적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한국 개신교라고 해서 결코 예외가 아니다. 왜 이들 개신교인들은 유달리 이스라엘에 대해 호의적인 언행을 서슴지 않는 것일까? 심지어 한국의 일부 개신교인들은 정치적 집회에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참여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본서는 그 모든 이유를 속시원하게 설명해준다.
이 책은 성경이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으로 귀환하는 것을 명령한다는 사상이 정치 운동으로 변모하고, “국민 없는 국가를 국가 없는 국민에게 [돌려주자]”라는 슬로건을 중심으로 결집하여 결국 1948년에 이스라엘 국가 수립에 기여한 과정을 치밀하게 다룬다. 저자는 성경에서 시작하여 종교개혁을 거쳐 오늘날의 다양한 운동에 이르기까지 기독교 시온주의의 계보를 추적하면서 이 역동적이면서도 논란의 여지가 많은 운동에 대한 철저하고 포괄적인 연구를 제공한다. 기독교 시온주의는 세계 정치, 특히 미국의 외교 정책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유대인과 그리스도인 및 무슬림과 그리스도인의 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1장부터 5장에서는 초기 교회 교부, 종교개혁 신학자, 영국과 미국의 청교도, 독일 경건주의자들 사이에서 초기 시온주의적 경향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다룬다. 저자는 기독교 사상가들이 세대주의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유대인과 그들의 땅이 하나님의 목적에 어떻게 부합하는지에 대해 토론했음을 보여준다. 많은 신학자들은 유대인들이 예수를 믿는 신앙으로 대량 개종할 것이라고 믿었고, 일부는 조상들이 살던 팔레스타인 땅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많은 학자들이 기독교 시온주의와 세대주의가 거의 동의어라고 생각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독교 역사에서 그 뿌리가 훨씬 더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주목할 만하다.
6장부터 11장에서는 19세기부터 1948년 현대 이스라엘 국가가 탄생하기까지 영국과 미국의 기독교 시온주의를 살펴본다. 여기서는 유대인과 기독교의 동맹, 하나님이 유대인을 지지하는 국가를 축복한다는 생각, 영어권에서 일어난 예언자 컨퍼런스 운동, 밸푸어 선언, 팔레스타인의 영국 보호령 시대, 해리 트루먼의 예상치 못한 이스라엘 건국 지원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지만 저자는 여기서 널리 알려지지 않은 내용과 더불어 나름 탁월한 통찰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저자는 하나님의 약속으로 인해 유대인들이 그 땅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회복주의와 기독교 시온주의의 특정 형태인 세대주의 사이를 구분하는 데 도움을 주는 통찰을 제시한다. 그는 유대인 시온주의자들과 처음 동맹을 맺은 많은 영국 외교관들이 어떻게 회복주의에 동조하는 복음주의적 배경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시온주의를 지지하는 일부 복음주의자들이 팔레스타인 땅에 대한 예언을 성취하는 역할에 집중하고 유대인의 개종은 미래의 어느 시점에 일어날 것이라면서 유대인 전도에 덜 헌신하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12장부터 마지막 장에서는 주요 기독교 시온주의 단체와 운동 내의 동향에 대한 유용한 논의와 더불어 1948년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세대주의자들과 라인홀트 니부와 같은 비세대주의 기독교 시온주의자들은 이스라엘 국가의 주요 옹호자가 되었고, 미국-이스라엘 관계 초기에는 미국의 외교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으며, 점점 더 많은 미국 기독교인들이 이스라엘로 성지 순례를 떠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는 공화당과 일부 민주당에도 영향을 미치는 종교 우파의 핵심 강령이 되었다. 복음주의자들은 유대인 개개인의 복음화에 얼마나 집중할 것인지에 대해 논쟁을 벌였으며, 때때로 빌리 그레이엄과 같은 저명한 인물들 사이에서도 선민으로서의 유대인에 대한 복음주의적 지지와 미국 문화에 대한 유대인의 영향력에 대한 온건한 반유대주의적 견해 사이에 갈등이 존재했다. 러시아와 이후 공산주의의 유대인 탄압이 이전 세대에 영향을 미친 것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에 대한 급진적 이슬람 정권의 위협은 현대의 기독교 시온주의자들에게 동기를 부여했다.
기독교 시온주의는 우리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지게 한다. 성경의 예언은 궁극적으로 이스라엘의 물리적 회복을 의미하나? 백투예루살렘 운동과 이스라엘 회복 운동은 얼마나 성경적인가? 성경은 과연 기독교 시온주의에 대해 뭐라고 말할까? 본서는 한국교회 성도들에게도 기독교와 유대교의 관계, 유대교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과 갈등, 전 세계의 종교와 정치 지형도를 이해하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본서는 그리스도인으로서 기독교 시온주의를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정표를 제시해준다. 그리고 본서는 우파 기독교 지지자들이 모이는 현장에서 왜 태극기와 성조기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국기가 등장하는지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이런 현상의 기저에 있는 실체적 진실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모름지기 특히 한국 보수 교회의 저간에 정치적 우파와 세대주의적 종말론이 긴밀히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시온주의의 역사적ㆍ신학적 실체에 대한 방대한 논증은 한국교회에 큰 경종과 자각을 불러일으키는 데 꼭 필요하다. 이 책은 오늘날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가 공존하는 하나님의 선교가 이 땅에 이루어지기를 고대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정말로 놀라운 선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