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 창립자 뜻을 기려 총서 출간
한림대 도헌학술원 일송기념사업회에서는 학교법인 일송학원(한림대) 창립자 故 일송 一松윤덕선 박사의 뜻을 기려 "한국 사회, 어디로 가야 하나" 를 장기 주제로 하여, 이 주제에 걸맞은 연차 주제로 매년 "일송학술심포지엄" 을 개최함으로써 세기 국제사회에서 한국적 삶의 가치를 재정립하고자 한다. 이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글들을 일송학술총서로 발간하는데, 이 책은 제 11회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발제 중 5편의 글을 모아 출간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연세대 총장을 역임한 김용학 교수(사회학), 제 53대 한국정치학회 학회장을 맡고 있는 연세대 조화순 교수(정치외교학) 서울대 역사연구소 소장을 역임한 박태균 교수(한국사), KAIST 출신으로 현재 한림대 반도체 디스플레이스쿨 학장을 맡고 있는 고재현 교수 물리학 등이다.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각자의 학문적인 관점에서 이 시대의 사회구조 변화를 진단하고 미래에 대응하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인간의 마음까지 해킹하는 AI의 시대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 출간 10주년 특별판 서문 중 일부분을 챗GPT가 써 주었다고 고백했 다. 그는 “충격으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AI가 그 책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간파했 을 뿐 아니라, 10주년 특별판 서문으로 가장 적절한 내용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김용학 총장은 유발 하라리의 사례를 소개하며, AI가 이미 음악ㆍ미술ㆍ디자인ㆍ동영상 제작ㆍ글쓰기ㆍ코딩ㆍ번역ㆍ과학실험 등 인간의 거의 모든 활동 영역에 스며들었으며, 어떤 영역에서는 인간보 다 훨씬 더 우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특히, AI가 인간의 언어뿐만 아니라 마음까 지도 ‘해킹’한 연구사례를 보여주며, 앞으로 20년 후에 인간이 마주할 AI는 구글 개발자가 AI에 관해 쓴 책의 제목처럼 ‘무서울 정도로 똑똑할(Scary Smart)’ 것이라고 두려움을 표한다. 이러한 AI 혁명은 산업혁명의 범주를 뛰어넘는 문명사적 변화라고 지적한다.
문명대전환의 시대, 무엇을 할 것인가
조화순 교수는 문명대전환의 시대에 정치와 정치학이 시대의 변화를 담아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는 AI를 필두로 한 변화가 민주주에 어떤 도전을 가져오는지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민주주의 관점에서 대안을 제시하고 대안을 논의하기 위한 정치학의 연구 패러다임 변화 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주경철 교수는 지금의 변화를 ‘단절’과 ‘변혁’보다는 ‘연결’과 ‘초가속’이라는 용어로 개념화할 것을 제안하고, 위기에 맞닥뜨린 인간사회의 기본 작동 원리는 ‘기억’을 이용한 ‘상상’이라고 설명 한다. 그러한 면에서 이 격변의 시대에 과학기술과 인문학, 특히 역사학의 상호 대화가 절실하며, 과학기술의 방향성에 대해 반성적 질문을 제기하는 역사학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박태균 교수는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문명대전환기를 맞이한 한국역사학계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한국사학계는 기후 위기와 팬데믹을 거치면서 인류세에 대한 관심이 고 조된 상황이다. 새로운 역사학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세계사적 보편성 속에서 한국사의 특수성 을 찾는 연구, 공공성의 연구, 문명대전환기에 조응하는 연구를 해야 하고, 윤리와 철학을 견지할 것을 당부한다.
고재현 교수는 인류 문명의 존속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21세기 과학의 키워드로 ‘기후 위기’와 ‘외계행성’을 선택한다. 기후 위기를 인식하고 극복하기 위해 지금까지 인류가 펼친 활동과 연구들을 소개하는 한편, 급속히 발전하는 외계행성의 연구 성과가 기후 위기 에 직면한 인류로 하여금 문명의 방향과 운명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하도록 이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