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응급상황, 기후비상사태가 디폴트값이 되는 시대가 이미 시작된 걸까? 유럽연합 기상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국(CCCS)이 최근 발표한 지구평균온도 측정 결과, 기후 지체(climate lag) 현상에 관한 연구 결과 등은 ‘그렇다’는 답을 내놓고 있다. 기후환경 훼손의 심화로 지구상 거의 모든 생물과 사회적 약자들의 (잠재적) 취약함이 증대하고 있고 사회 재생산의 기반이 교란되고 있다. 이제는 기후 완화(온실가스 감축) 행동 못지않게 기후 회복력/돌봄 역량 강화가 ‘사회의 의무’로 등장했다. 저자들은 이러한 상황 인식하에 근미래의 위험 상황 속에서 요구될 전면적인(마음을 다한다는 의미에서 전면적인) 인간/비인간 돌봄을 ‘기후 돌봄’이라고 규정하고, 기후 돌봄 연대를 위해 우리 사회에 어떤 구체적 실천이, 왜 필요한지를 탐구했다.
기후 · 불평등 · 돌봄/재생산 위기라는 다중 위기가 돌봄을 중심 원리로 하는 사회경제 체제의 발명을 촉구하고 있다는 인식을, 저자들은 공유한다. 돌봄 혁명이야말로 이 위기를 타개할 유효한 방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들이 조명한 것은 미래에 가능할 거시적 돌봄 혁명이 아니라, 오늘의 (한국) 현실에서 ‘활력의 소재지이자 피난처로서의 공동체’가 실행할 수 있는 조용한 돌봄 혁명이다. 인간 너머 비인간 존재도 새로운 친족/멤버로 초대하는 돌봄 공동체의 일상적 상호부조 혁명이 이들의 관심사이다.
첫 번째 글인 ‘기후 돌봄 선언’은 기후 돌봄이 긴급하다는 요지의 선언문으로, 서로 다른 것으로 생각되어온 기후담론과 돌봄담론, 비인간 돌봄과 인간 돌봄을 통합해서 사고하고 이야기할 필요를 설명한다. 신지혜는 경제성장과 효율성 네러티브를 회복력과 확장된 돌봄 네러티브가 대체할 때 비로소 우리에게 희망이 보인다며 기후재난 시대에 돌봄 개념이 어떻게, 왜 확장되어야 하는지를 논한다. 한윤정은 돌봄 사회의 당위를 정리하고 역설하며 기후 돌봄의 행위주체로서의 지역공동체, 풀뿌리민주주의 강화를 통한 민주주의 재건 가능성, 부정적 커먼즈 돌봄의 필요를 이야기한다. 우석영은 인류세의 핵심적 · 상징적 물질계인 테크노스피어의 조정에 관심을 두고 비인간 돌봄, 그중에서도 상품 돌봄의 이유와 방법, 새로운 욕망을 자극하는 방식의 돌봄을 탐색한다. 권범철의 글은 탈성장의 구성적 면모에 주목하면서 비임금 생활자들의 돌봄 관계로서의 공통장 만들기 그리고 도시에서 땅과 공통하며 ‘생산적인’ 도시 만들기에 초점을 둔다. 이재경의 글은, 그 방점이 인간/비인간 통합적 행성정치 또는 기후 돌봄의 정치, 그리고 기후정치의 커머닝과 자연의 권리 운동을 비롯한 실천방안에 찍혀 있는데, 그가 보기에 이런 정치의 무대는 지역이어야만 효과적이다. 조미성은 ‘생태적 돌봄’이라는 화두를 든 채 서구의 돌봄 담론과 한국의 생명 담론을 비교한 후 유기농업의 돌봄 가치와 역량, 한살림 돌봄운동의 현황과 과제를 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