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필부터 탈고까지 7년, 육사 출신 철학자 조승옥의 인생 역작
『육군사관학교, 그 역사의 뿌리를 찾아서』는 『현대 과학 철학 논쟁』의 역자이자 『군대 윤리』의 저자이기도 한 철학자 조승옥이 각계의 사료와 회고록의 증언을 토대로 7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집필한 인생 역작이다.
저자는 42년간 몸담았던 육군사관학교를 떠난 뒤 정치적·사회적 입장을 배제하고 오로지 학도의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육군사관학교의 역사를 수집하고 탐구하였다. 그는 개항 이후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와 군대의 변천사에 따른 국제관계 및 국내 상황을 두루 살펴 당시 국내외에서 활약한 인물들과 육사와의 연계성을 밝히는 데 주력한다.
근대적 장교 양성 기관으로서 우리나라 사관학교의 시원(始原)이라 할 수 있는 연무공원(1888-1894)에서 시작하여 1909년 한국 무관학교가 일제에 의해 강제로 폐쇄된 이후 37년 만에 다시 세운 대한민국 육군사관학교(1946)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흐름에 따른 사관학교의 유형과 설립된 시대적 배경, 설립 주체, 시기별 관제의 주요 내용 및 특징, 그리고 교육자들과 졸업생들의 행적 등을 면밀히 연구하여 이 한 권에 담았다.
건군사(建軍史)에 숨어 있는 뜻밖의 한국사
왜 지금, 육군사관학교의 뿌리 찾기인가. 대한민국이라는 이름 아래 모여선 우리의 숨과 터전은 한국사를 빼곡히 메운 숱한 전투 속에 스러져 간 크고 작은 영웅들에게 빚진 것이며, 다양하되 어쩌면 하나의 목적으로 이들을 뒷받침했던 군대가 그 주축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오늘날 현대화된 국군의 시작은 육군이고, 육군 장교를 배출하는 곳은 육군사관학교라 할 때, 무엇을 육사의 진정한 뿌리이자 역사로 간주할 것인가의 문제는 한 집단의 문제라기보다 현세대의 정체성 및 방향성을 다잡는 일과 맞닿아 있다.
후세에 물려줘야 할 유산과 달리, 이는 우리 세대가 치열하게 천착해 해결해야 할 최소한의 책임감이라는 저자의 외침은 행간마다 깊이 자리잡고 있다.
구국(救國)을 위해 스러져 간 생도들의 초상
누구를 버리고 누구를 잊을 것인가
이 책이 다룬 격동의 한국사에는 우리 귀에 익은 유공자들도 있고 이름 없는 병사들, 그리고 격전지의 동포들도 있다. 지적지아(知敵知我)의 대원칙 아래 오늘날 우리는 과연 무엇을 거울삼고 무엇과 투쟁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