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우뚝 솟은 15세기 노트르담 대성당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피할 수 없는 숙명에 휩싸인 네 남녀의 사랑 이야기
에스메랄다를 둘러싼 세 남자의 사랑과 질투, 연민이 소설의 주된 내용을 이루는 가운데, 위고는 작품의 한 부분을 과감히 할애하여 15세기의 노트르담 대성당과 파리의 전경을 소개한다. 독자는 그의 안내에 따라 당시 파리의 모습을 한눈에 그려볼 수 있다. 그는 특히 노트르담 대성당을 작품이 쓰일 당시(19세기)와 작품 속의 배경이 되는 시기(15세기)를 비교함으로써 인간의 무지와 오만이 위대한 예술품을 얼마나 손상시키는지,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지 분개하며 외치고 있다. 예술품에 대한 그의 애정과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한 안타까움을 살필 수 있는 대목이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모습을 통해 당시 파리 시민들의 생활상을 세밀하게 그려내어 소설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파리 장안의 모든 백성이 (자유롭게) 한판 놀아나는” 흥겨운 축제 날의 모습, 뚜렷한 증인이나 증거 없이 법관이 임의대로 결론을 내려놓고 형식적으로 치르는 재판, 집시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을 동반한 두려움, 형 집행 과정을 단순히 볼거리로 즐기는 시민들의 무덤덤함, “시민들의 때”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노트르담 습격 사건 등이 바로 그 예다. 또한 가장 교황을 선발하는 일이나, 카지모도가 에스메랄다를 형 집행장에서 구해냈을 때 시민들이 환호하던 모습으로 당시 시민들의 가슴 깊은 곳에 자리한 권력에 대한 적대감도 살짝 엿볼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위고가 말하고자 하는 건 역시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일 게다. 착하고 예쁜 아가씨이지만 마음을 보기보다 겉모습에 사로잡혀 바람둥이 페뷔스에게 빠져버리고 마는 에스메랄다, 그리고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사로잡혀 신분을 잊고 욕정을 탐하는 클로드 신부, 또 자신을 사랑하는 여인을 단지 하룻밤의 상대로만 여기는 페뷔스, 애꾸에다 귀머거리에다 등까지 굽었지만 가장 순수한 사랑을 보여준 카지모도 등 네 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격정적이고도 애절하게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