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천사일까, 악마일까, 형벌일까, 구원일까
한 여자는 한 남자에 의해 철저히 다시 태어난다.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여자든 아니든 그건 진리다. 여자에게 있어 남자는 인생이요 삶이요 자신의 전부다. 남자에게도 같은 논리가 성립될까?
남녀관계는 자신의 지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하지만 여자의 지성과 미모는 남자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할 것이다. 제니퍼 파커, 미모의 여변호사, 아직 세상 때가 묻지 않은 청순한 이미지의 변호사다. 한 남자로 인해 그녀에게도 인생이라는 시련은 닥쳐온다. 그것도 미국 최고의 지성과 인격을 갖춘 남자, 상원의원이며 대통령 후보인 애덤 워너와의 만남은 그녀의 운명을 바꿔놓는다. 차츰 눈을 떠가는 사랑이라는 감정, 그리고 욕정, 그러나 그는 유부남이었다. 그녀의 한없는 몸부림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그것은 한 남자를 향한 애욕의 몸부림이요, 나아가서 삶에의 몸부림일 것이다. 한 아이를 그 남자 몰래 낳을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는 주인공 제니퍼, 이 여인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으랴.
어느 날 한 남자가 다가왔고, 자신도 알 수 없는 열기 속으로 빠져들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한 여자의 남편이었다. 거기서 끝내야 하는데, 남자는 유혹한다. 철저하게 그녀의 남자가 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생은 그녀를 막다른 골목으로 이끌며 방해 작전에 돌입한다. 인생은 거기서부터 치열해진다. 그리고 생은 언제나 우리의 행복을 방해해왔다. 돌아갈 길은 어디인가. 둘은 끝없이 운명을 거스르려 하지만, 그렇게 만만하지 않은 것이 인생이다. 한없이 반대로 가다가 삶은 뒤죽박죽된다. 그리고 또 다른 삶이 찾아온다. 뜻밖으로…. 생은 늘 그렇다. 뒷걸음치다 막다른 골목에서 만나는 또 다른 삶, 거기서 잠깐 다른 환희를 맛본다. 다른 남자, 다른 여자, 그렇게 얽히고설키다가 끝나는 듯 끝나지 않고, 끊어질 듯 다시 이어지고…. 바람 앞의 등불처럼 생의 연주는 그렇게 끝없이 가냘파진다. 삶은 고통스러운 것도, 고통스럽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짧지만 뜨거웠던 계절이 어느 날 훅 지나가 버리는 것처럼…. 이때쯤이면 눈치 볼 것도, 아부할 것도, 누구에게 치근댈 필요도 없다. 그저 조용히 관조할 수밖에……. 이 치열한 전투는 이쯤 해서 피투성이가 된 채 스러진다. 이것이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