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의 글
이 은 수 목사
향기교회 담임, 향기목회아카데미 및
도서출판 향기 대표
오래전 시찰회 목회자 부부와 장로님들이 여행경비를 적립하여 장로교 유적지를 탐방하기 위해 영국 런던과 웨일스 지방을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 영국의 종교개혁에서 비롯된 장로교의 신앙과 교리표준인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를 작성하기 위해서 회집한 웨스트민스터 채플 방문이 여행 일정에 들어있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건물과 역사적인 현장을 목도(目睹)한다는 기대감과 설렘이 컸습니다. 영국에서 사역하시는 선교사님이 안내를 맡았었는데, 사정이 있었겠지만, “막상 가면 볼 것 없다” “경비가 들고, 줄을 서서 기다리면 다음 일정이 밀린다”라는 등의 이유로 먼발치에서 건물을 보고만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던 슬픈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시간을 아껴서 탐방을 데려간 곳은 감리교의 창시자인 웨슬리 기념 교회당이었습니다. 이 또한 개신 기독교의 유적지로 볼 가치가 있지만, 여행을 간 의도와 달라 황당하였던 기억이 새록새록 합니다.
장로교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와 ‘대소교리문답서’를 성경에 일치하는 표준문서로 받아들인다고 목사를 비롯하여 모든 직분자는 임직 때 서약합니다. 그만큼 교리의 표준은 건물로 말하면 기초와 같습니다. 장로교회가 세태(世態)의 변화와 관계없이 주님의 교회로 든든히 서기 위해서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가 기초로서 너무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발행인의 여행경험처럼 신앙고백서의 내용은 제대로 보지 못하고 107문으로 된 소교리문답 정도만 겨우 훑어보고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것이 오늘의 장로교회가 뿌리 깊은 나무와 달리 조그만 바람에도 흔들리는 근간(根幹)이 된다고 말하면 지나칠까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긴 시대와 여러 인물과 사건으로 나열된 성경을 보고 이해하는 지도와 같으며, 다원주의 세상에서 바른 신앙을 가지게 하는 나침판과 같습니다. 신앙고백서의 35개 주제는 교회를 세우는 골조(骨組)입니다. 성경론과 신론, 기독론과 구원론, 성도의 신앙생활과 교회론 및 종말론까지 신앙의 체계를 명확히 세워줍니다.
이번에 ‘도서출판 향기’에서『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서의 다차원적 읽기』와『벨직신앙고백서의 다차원적 읽기』에 이어 세 번째로 송영목 교수님의『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의 다차원적 읽기』가 출판됨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이미 송영목 교수님이 봉사하는 교회의 오후 예배 시간에 가르쳐서 검증된 내용입니다. 전작과 같이 다차원적 읽기 시리즈로 교리 이해와 적용의 폭을 넓혀주는 귀한 책이기에 많은 분이 읽었으면 좋겠고, 교회의 교리 교재로 사용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서와 벨직신앙고백서, 그리고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잠시 반짝이고 흥을 돋우는 폭죽 같은 책이 아니라, 오랫동안 신앙으로 인도하는 하늘의 별과 같기에 가로 등불을 켜는 마음으로 기쁘게 출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