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와인 앞에서만 작아지는 우리,
와인은 왜 어려울까?
“와인 좋아하시죠?”
“아……, 네. 그런데 저 와인 하나도 몰라요.”
왜 그럴까? 막걸리나 소주, 맥주, 기타 술들에 비해서 유독 와인만 모른다는 사람이 많다. 막걸리를 마시면서 “저 막걸리 잘 몰라요…….” 하는 소리는 들어 본 적이 없다.
한마디로 우리는 유독 와인 앞에서만 작아진다.
저자는 그 이유를 와인의 익숙하지 않은 표현들, 그리고 그런 표현들이 잔뜩 들어간 소믈리에의 친절한(아이러니하게도) 설명에서 찾는다. 와인을 즐기기 전에 책으로 공부부터 하려 드는 우리에게 저자는 제발 공부하지 말고 마시라고 당부한다.
하마터면 공부할 뻔한 와인,
주눅 들지 않고 즐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이 책의 저자, 오세호의 특이한 이력부터 살펴보자. 10년간 밀라노에서 패션 디자인·마케팅을 전공하고 돌아와 패션 분야에서 일을 시작했다. 잦은 이탈리아 출장 때마다 유학 시절부터 키워온 식음 문화에 대한 꿈을 억누를 수 없어 다시 토리노에서 요리, 와인, 커피 등을 공부하기에 이른다. 우리나라 바리스타 1세대 · 소믈리에 1세대로서, 파인다이닝 이탈리안 레스토랑 ‘보나세라’와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른 와인 바 ‘뱅가’를 오픈하고 운영했다.
이탈리아를 진심으로 입고 먹고 마시는 저자는 자신이 이탈리아 거장들에게 사사한 와인을 즐기게 된 노하우를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한다.
“경험해 보지 못한 향과 맛으로 와인을 설명하는 걸 들으면 공감하기 어려운 건 당연합니다. 누구나 경험하기 쉬운 향으로, 또는 함께하는 음식의 마리아주 경험으로 공감하기 시작하면서 여러 향과 맛을 기억으로 저장해 가는 과정을 즐기다 보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나도 모르게 와인 전문가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와인이 궁금해지는 순간 당신은 이미 와인을 하나도 모르지 않습니다.”
주연을 빛나게 하는 조연,
이탈리아 와인의 무궁무진한 매력 파헤치기!
이 책에는 보르도, 로마네콩티, 샴페인 등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프랑스 와인과 공격적인 마케팅과 물량 공세를 펼치는 신세계 와인에 비해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그러나 와인의 역사와 맛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이탈리아 와인의 매력이 가득하다.
매일 아침 이슬을 확인해가며 같은 포도밭이라도 수확시기를 달리하는 와인 메이커들의 정성, 와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치즈와 올리브, 와인과 음식의 마리아주, MZ 세대를 닮아 개성 넘치는 내추럴 와인을 즐기는 법 등 뻔하지 않고 흔하지 않은 신박하고 쉽고 편안한 와인 이야기다.
로시니가 미식을 위해 조기 은퇴한 사연, 와인을 좋아한 다빈치가 와인을 마시려고 그림을 천천히 그린 사연, 4갈래 포크와 파스타면, 냅킨 접는 법, 후추통을 발명한 다빈치, 이탈리아 사람들조차 잘 모르는 와인, 이탈리아에서는 절대 먹을 수 없는 이탈리아 음식, 이탈리아 음식이 아닌 이탈리아 음식 등 저자가 펼쳐내는 이탈리아와 와인을 매개로 한 맛있는 이야기는 이 책을 보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