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란 무엇인가? 성서는 어떻게 형성되고 전파되었는가? 성서는 인류 역사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
그리스도교 역사의 대가 야로슬라브 펠리칸이 생애 마지막 시기에 쓴 저작.
성서라는 낯설지만 풍요로운, 인류의 고전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역사서.
『성서, 역사와 만나다』는 성서가 어떻게 형성되고 전파되었는지, 인류 역사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다루는 역사서다. 성서가 인류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행사하고 있는 책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이 ‘성스러운 책’은 그리스 고전과 더불어 서구 문명을 이해하기 위한 필수적인 문헌이며 오늘날에도 수십억 명이 성서를 삶의 의미를 길어내는 핵심 원천으로 대하고 있다. 성서의 언어, 메시지는 유대교 회당, 그리스도교 교회의 전례 뿐만 아니라 무수한 문학 작품, 음악과 미술, 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 장르에서 메아리친다. 한 민족의 경전, 이른바 ‘경전의 종교’들-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의 자양분이 되는 경전을 넘어서 성서는 전 세계, 온 인류에 영향을 미치는, 온전한 의미의 ‘고전’인 셈이다.
지은이 야로슬라프 펠리칸은 그리스도교 역사가이자 역사신학자로 55권으로 이루어진 영문판 루터 선집의 편집자와 5권으로 이루어진 『그리스도교 전통』The Christian Tradition의 저자로 널리 알려졌다. 두 거대한 작업을 통해 그는 당시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학적 넓이가 협소하고 깊이가 부족했던 미국 신학계, 더 나아가 인문학계에 새로운 자양분을 공급했다. 펠리칸이 관심을 보였던 주제는 그리스도교 해석의 역사,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그리스도교를 이루는 핵심 요소들을 인류가 역사를 통해 어떻게 해석해 왔는지를 살피는 것이었다. 인류가 해석한 예수, 마리아, 신경의 역사를 다룬 『예수, 역사와 만나다』Jesus Through the Centuries(비아), 『인류 역사에 나타난 마리아』Mary Through the Centuries, 『나는 믿나이다』Credo 등이 대표적인 예다. 생애 마지막 시기, 이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쓴 책이 바로 『성서, 역사와 만나다』이다.
머리말과 열두 장의 본문, 그리고 에필로그로 구성된 이 책은 크게 보면 연대기순을 따른다. 본문의 첫 여섯 장은 히브리 성서와 그리스도교 신약성서, 나아가 외경과 주석을 비롯한 문헌들이 어떤 배경에서 탄생해 기록으로 남아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책’의 형태로 형성되었는지를 살핀다. 이어지는 7장에서 12장까지는 5세기에서 20세기에 달하는 대략 1500년의 시간 동안 서양 문명의 흐름과 함께 성서가 어떻게 읽히고, 이해되고, 전파되어 마침내 인류의 고전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되었는지를 기술한다.
유대교, 그리스도교의 경전인 성서가 어떻게 형성되고 전파되었는지를 살폈다는 점에서 이 책은 기본적으로 종교사, 혹은 그리스도교사 저작이지만 이와 관련된 서구 문화, 지성의 흐름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문화사, 혹은 지성사 저작이라고도 할 수 있다.
세심한 독자들이라면 ‘홀로코스트 이후’ 반유대주의를 극복하고 유대교와 그리스도교 사이를, 온갖 교파로 분열된 그리스도교 교회의 화해를 이루고자 애쓰는 지성인, 절대 타자인 하느님이 성서를 통해 인류에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셨고, 또 드러내고 계시다는 신앙인의 면모 또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