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두 가지 이야기
이야기는 2023년 고래울 시티에 살고 있는 담이와 1905년 고래울골에 사는 국영, 두 아이의 하루가 번갈아 전개돼요. 스마트폰 없이 학교에 간 담이, 그리고 우연히 스마트폰을 갖게 된 국영 모두 잊지 못할 특별한 하루를 보내게 되죠.
늘 집에서 원격 수업을 듣던 담이는 교실에서 반장인 은송이를 만나고, 은송이가 매일 학교에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돼요. 처음 담이는 스마트폰 금단 증상을 겪어요. 불안해하면서 어떻게 해서든 스마트폰을 손에 넣으려고 했어요. 하지만 스마트폰 없이 밥을 먹으니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지고, 화장실에서도 더 수월하게 볼일을 볼 수 있었어요. 또한 늘 화가 난 것처럼 보였던 반장 은송이와 대화를 나누면서 은송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생각이 깊은 아이라는 걸 알게 돼요. 화면으로 수업을 듣고 채팅창을 통해 소통하는 모습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 시행했던 온라인 수업을 떠올리게 해요. 당시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법이었지만 직접 얼굴을 보고 소통하는 경험을 하지 못한 아이들은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해요.
담이는 스마트폰 게임을 하면서 손가락으로 화면을 눌러 캐릭터를 달리게 하고, 활을 쐈어요. 담이의 세상은 화면 속에만 존재했죠. 하지만 담이가 운동장에서 뛰어 놀면서 손바닥만 했던 담이의 세상이 커졌어요. 더 넓어진 세상에서 담이는 몸으로 노는 재미를 느껴요. 그러다 번쩍! 콰과광! 번개가 하늘을 가르고, 곧이어 천둥소리가 울려요.
1905년 고래울골에도 먹구름이 드리우더니 번개와 천둥이 쳤어요. 국영은 화면을 만질 때마다 인터넷 검색 결과가 뜨고 게임도 켜지는 스마트폰이 신통하고 놀라웠어요. 종일 작은 스마트폰 화면만을 들여다보았죠. 그러다 비를 피해 창고로 들어간 국영은 게임에 푹 빠졌어요. 어느 순간 주변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어요. 마치 길에서 스마트폰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할 뻔한 담이처럼 스몸비의 기운이 스멀스멀 국영을 감싸요.
마음을 나누는 소통의 도구, 스마트폰
윤선아 작가는 스마트폰이 우리 삶을 망가뜨렸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에요. 스마트폰으로 인한 수많은 문제는 스마트폰이 아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우리의 태도가 잘못되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까요. 스마트폰은 다양한 기능이 추가된 전화기예요. 국영이 살고 있는 1905년의 전화기는 멀리 있는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도구였고, 그로 인해 사람의 목숨을 살리기도 했어요. 하지만 오늘날 스마트폰이 편리하다는 이유로 모든 소통을 스마트폰에 의존하게 되자 오히려 소통이 단절되는 결과를 낳았어요. 채팅을 이용하면 언제 어디서든 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만 상대의 표정이나 말투를 알 수 없어 오해가 생기기 쉬워요.
스몸비가 되었다가 깨어난 국영은 자신이 게임에 빠져 있는 사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고 슬퍼해요. 하지만 2023년에서 걸려 온 전화를 통해 아버지의 진심을 알게 되죠. 그제서야 국영은 스마트폰이 왜 자신 앞에 나타났는지 짐작해요. 뒤늦게나마 아버지의 사랑을 깨닫고, 스마트폰처럼 새로운 것이 수없이 존재하는 미래를 자신의 눈으로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지요.
스몸비 증상을 겪은 담이를 위해 스몸비 클리닉에 다녀온 엄마가 알려준 치료법도 스마트폰을 빼앗고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었어요. 엄마는 담이에게 앞으로 엄마 아빠와 함께 게임을 하고 웹툰을 같이 보자고 제안했어요. 스마트폰을 통해 부모와 자식 간의 소통을 늘리는 것이었죠.
스마트폰이 우리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준 건 맞아요. 하지만 우리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동안 많은 것을 놓치고 있는 것 역시 분명해요. 또한 기술과 시스템은 불완전하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해요. 갑작스러운 정전이 일어나자 최첨단 스마트 스쿨도 무용지물이 되었고, 더 이상 수업을 진행할 수 없었어요. 이럴 땐 아날로그적인 방식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어요. 나무토막에 적어 선생님께 내려보낸 메시지처럼 말이에요. 이제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어 옆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세요. 두 귀를 막고 있던 이어폰을 빼고, 소리 내어 이야기를 나누고, 빗소리를 들어 보세요. 우리 주변에 있었지만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새롭게 발견하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