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질병, 노화, 장수의 현상 및 그 기전을
세포학의 관점에서 살펴보다!
불로장생을 꿈꾸었던 중국 진나라의 시황제는 말할 것도 없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은 대부분 사람의 꿈이자 바람이다. 그렇기에 오래전부터 인류에게 질병과 노화는 신비의 영역이었고 두려움의 대상이었지만, 현재는 과학의 발달로 생로병사를 포함한 많은 자연 현상에 관해 매우 세밀한 지식을 갖게 되었다. 그 결과, 유엔이 2009년 처음 사용한 ‘100세 시대’는 지금 일상용어가 되었고, ‘120세 시대’를 눈앞에 둘 만큼 인간의 기대수명이 급격히 늘어났다.
이러한 기대수명의 증가는 경제와 과학의 발달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예를 들어, 농업과 경제의 발달로 영양 공급이 충분해지고 위생 관념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과학의 진보로 감염균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백신과 항생제(항진균제, 항바이러스제를 포함한)가 개발되어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률을 크게 낮추었다. 현대인의 대표적인 질병인 암,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 당뇨병, 알츠하이머형 치매, 피부 노화와 탈모 등의 각종 치료제의 개발 또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더 중요하게는 이와 같은 경제와 과학 발달의 혜택을 일반인도 누릴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의 확보가 기대수명의 증가를 이끌었다.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이런 인류의 진보는 여러 부작용도 낳았는데 그중 하나가 과영양상태에서 비롯된 대사 관련 질환의 창궐이다. 지난날 부유한 사람들이 달고 살았던 질환이지만, 이제 보통의 사람에게도 노출된 대사 관련 질환은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발병 위험도가 크게 높아지고, 노화를 더욱 촉진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다. 이러한 대사 관련 질병의 위험도를 낮추려면 소식(小食)이나 단식(斷食) 같은 영양소 제한과 운동을 통한 에너지 소비로 과영양상태를 예방·개선해야 한다는 것은 건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렇듯 여러 질병에 대한 위험도의 이해뿐만 아니라, 건강수명과 기대수명을 결정짓는 좋은 생활 습관에 대한 인식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질병에 관한 정보는 인터넷을 비롯해 TV 건강 프로그램에 차고 넘치지만, 우리 몸 세포의 역할과 그에 따른 작용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질병과 노화, 건강과 장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원리를 이해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이에 따라 세포학의 관점에서, 노화와 전반적인 건강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실천의 동력으로 이끌기 위한 책이 출간되었다.
⟪나의 기대수명은 얼마일까?⟫는 1980년대 후반에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바이러스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미국 캔자스 주립대학 교수로 재임하고 있는 케이시 장(장경옥) 교수가 대학원 학생들에게 염증반응을 수업하면서 건강, 질병, 노화, 장수의 현상 및 그 기전에 초점을 맞춰 정리한 내용이다. 이 책은 분자생물학을 공부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술서이지만, 건강과 노화 및 노화 관련 질병에 관심이 높은 이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노화와 장수에 관련된 여러 유전자와 기전 그리고
유전 외적 요인을 꼼꼼하게 정리하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바이러스학과 면역학을 연구하려면 병리학과 생리학뿐 아니라 분자생물학과 세포학 등의 이해가 필수적이며, 특히 세포의 탄생과 죽음, 세포의 건강과 세포 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나의 기대수명은 얼마일까?⟫에는 이에 관한 내용은 물론 염증, 면역, 세포증식 신호전달체계, 담즙염, 콜레스테롤, 지방대사, 단백질 분해효소, 작은 화합물과 단클론항체를 이용한 치료제 개발, 플라보노이드 항산화물, 아토피성 피부염, 알츠하이머병 등 주로 바이러스와 관련하여 그가 연구해 온 대상도 포함되어 있다.
모두 8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먼저, 기대수명에 기반한 건강수명에 관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건강지표에 따른 개인의 생활 습관을 살펴보는 것으로 1장의 문을 연다. 대사장애 관련 심혈관계질환,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인 암에 대한 이해와 암 발생을 억제하는 생활 습관은 물론, 소식과 운동 그리고 간헐적 단식이 왜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 유용한 방법인지를 다룬다.
2장에서는 동물의 노화 그리고 수명에 관련하여 흥미로운 주제가 펼쳐진다. 영원히 살 수 있다는 몇몇 해파리 종의 기전과 아울러 나이 듦에 따라 사망률이 급격하게 높아지는 곰퍼츠의 법칙, 그리고 그에 어긋나는 동물들의 기대수명, 벌거숭이두더지쥐, 고래, 브란트박쥐 등등의 동물 수명에 숨겨져 있는 비밀을 살펴본다.
3장에서는 피할 수 없는 자연 현상인 노화의 기전을 다루면서 그 원인과 유전적 조기 노화 증후군, 그리고 노화를 늦추는 방법 등을 소개한다. 4장에서는 최대 수명과 기대수명의 이해와 더불어 인간과 동물이 어떤 기전으로 죽는지, 그리고 장수와 관련된 유전자, 특히 인슐린을 중심으로 세밀하게 파헤친다.
5장에서는 모든 생명체의 탄생과 죽음에 직접적으로 연결된 세포의 탄생, 성장과 죽음에 대한 기전을 살펴본다. 6장에서는 생명체가 활동하기 위한 기초대사율에 따른 에너지 생성과 소비 그리고 저장 과정이 어떤 기전으로 상호 연결되어 있는지와 함께, 에너지 생성에서 중요한 음식이 어떤 조건을 갖춰야 건강에 좋은지를 소개한다. 7장은 현대 의학의 중요한 화두인 염증이 주제이다. 현재 깊어진 미생물에 대한 이해와 지식, 높아진 위생 관념, 항생제와 백신의 발달로 미생물 감염 문제는 크게 줄어든 반면, 대사나 면역 불균형에 따른 질병, 곧 염증이 더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노화 관련 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 아토피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염증에 관한 기전을 밀도 있게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8장은 건강과 장수를 주도하는 노화 관련 질병을 다룬다. 암과 당뇨병, 고콜레스테롤혈증, 고혈압, 알츠하이머형 치며, 피부 노화와 탈모로 나누어 발생과 전이 그리고 예방과 치료 등을 두루두루 살펴본다.
기대수명과 관련하여 건강과 장수, 그리고 노화의 비밀을 더 깊이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부록으로 생물학적 용어 해설과 블록버스터 약 목록, 이 책에 소개된 노벨 의학/생리학상 수상 내역을 정리해 놓았다.
좋은 생활 습관을 좀 더 깊이 헤아려보고, 그 기전을 세포학의 관점에서 설명한 이 책은 여러 질병에 대한 위험도를 이해하고 건강수명과 기대수명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