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그해 여름, 그날의 사건으로 시작됐다
아들을 살해한 가해자를 직접 처단한 수현이 재판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이미 수많은 상처와 죄책감 속에 자신을 놓아버린 수현은 마지막 최후 변론에서도 “저는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같은 선택을 할 것입니다. 선처, 바라지 않습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감형을 거부한 채 징역 7년을 구형 받고 교도소 생활을 시작한다.
교도소에서 남편 수호에게 이별을 선언한 후 타인의 접촉을 거부한 채 아들을 향한 그리움에 몸서리치던 수현은 급기야 미싱 작업을 하다가 손등을 박음질하는 사고를 저지르고 만다. 피가 철철 흐르는 가운데에도 텅 빈 눈동자는 애처로움을 더한다. 병원으로 찾아온 엄마 고은(원미경 분)을 향해 붕대로 둘둘 감은 손을 바닥에 내리치며 “엄마 나 대문 닫은 것 같아. 분명 닫았어”라고 울부짖는 수현의 모습은 모성의 뼈아픈 죄책감을 드러내는데….
한순간 모든 게 무너져 내렸다
김준을 상대로 수현이 준비한 타개책의 정체가 밝혀진다. 수현이 작가로서 복귀를 선언하는 기념석 상서 김준의 범행을 기습 폭로한 것. 수현은 자신을 취재하기 위해 모인 문화부 기자들과 외신들 앞에서 차기작 계획을 밝히며, 차기작이 자신의 아들 사건을 바탕으로 한 실화이고 김준이 자신의 아들을 살해했다고 공표해 현장을 발칵 뒤집었다. 이와 함께 선율이 ‘당신이 실패하면 내가 김준 죽여줄게요’라고 비장하게 다짐한 뒤 건물 옥상에서 김준의 목을 조르며 “더는 그 여자 건드리지 마. 그냥 여기서 같이 가는 거야”라고 난간 너머로 몰아세워 충격을 더한다. 이처럼 모든 걸 내던진 수현과 선율은 과연 권력의 정점에 선 악마 김준을 단죄할 수 있을지.
부디 상처받은 사람들이,
아픔이 있는 사람들이 다시 일어났으면 하는 마음으로
수현과 선율은 소원 나무 아래에서 만나 서로의 삶을 응원했다. 수현은 보육원에서 아이들을 만나 봉사를 하며 다시 행복을 찾았고, 선율은 의대에 다시 입학해 병원 실습을 하며 제자리를 찾았다. 이후 수현은 《원더풀 월드》라는 제목의 책을 출판해 사인회를 열었고, 선율은 수현을 찾아가, 수현의 바람대로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아내는 모습을 보였다.
좌절과 쓰라린 운명을 가진 두 영혼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난과 시련을 통해 구원의 서사로 얽히게 되는 〈원더풀 월드〉.
〈원더풀 월드〉 속 세상은 우리네 현실이 그러하듯 참혹하고, 운명은 참담하고, 상처는 계속 덧나기만 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비극에 비극을 더한 그 거친 서사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사람들에게 그 상처 위에 딱지가 붙고 언젠가는 희미한 흉터만 남을 것이라는 위로를 안겨줬다.
서로에게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였든 두 사람이 서로를 구원해내면서, 자신의 여정을 찾아가 ‘원더풀’한 세상을 맞이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원더풀 월드〉는 개인의 용기와 집단의 힘이 사회적 부조리에 맞설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은수현의 싸움은 많은 이들에게 정의를 위한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운다.
특히 이번 대본집에는 명장면 스틸과 명대사를 함께 구성해 읽는 재미와 보는 재미를 동시에 추구했다. 각화 명대사를 통해 이야기의 핵심을 정리해 볼 수 있고, 작품 전반적인 스토리를 통해 나와는 다른 인생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