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릴 수 있는 수채화를 특별하게 만드는 새로운 시선
“수채화, 보는 만큼 알고 아는 만큼 그린다”
투명한 색깔, 색상을 가리키는 이국적인 이름들, 반짝이는 빛과 감미로운 어둠…. 수채화의 아름다움은 보는 이는 물론 그리는 이를 매혹한다. 그러나 재료를 다루기가 까다롭고 섬세한 기술이 필요하다는 오해로 많은 이들이 수채화의 매력을 알기도 전에 포기하고 만다. 밑그림은 멋지게 그렸는데 물감을 칠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붓이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팔레트에서는 근사해 보이는 색이었는데 막상 칠해보니 원하는 색감이 아니고, 한 번 번진 물감칠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되어버리기 일쑤다. 그러니, 기대하는 만큼 뜻대로 안 되는 것들 중 하나가 수채화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저자 헤이즐 손은 런던에서 활동하며 세계 곳곳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화가이다. 또한 미술 교육에도 열정적이어서, 영국 ‘채널 4’에서 수채화를 강의하는 〈Watercolour Challenge〉에 고정 출연하고 ‘앵글리아 티브이’의 〈Splash of Color〉 시리즈를 기획해 출연했으며, 열다섯 권의 수채화 관련 저서와 다수의 DVD 시리즈를 출간한 인기 있는 아티스트다. 화가이면서 오랫동안 미술 교육을 하다 보니 수채화가 어떻게 작용하고 반응하는지, 수채화란 어떤 매체인지,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어느 단계에서 어떤 것을 궁금해하고 어려워하는지를 충분히 안다. 저자는 이 책에 수록된 다채로운 작품들을 통해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실수하고 놓치는 부분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면서, 누구든 보다 자신감을 갖고 수채화를 그릴 수 있게 돕는다.
“화가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그리는 재미가 배가 된다”
이 책의 미덕은 어떻게 하면 수채화를 잘 그릴 수 있을까를 방법론적으로만 설명하지 않고, 수채화라는 매체가 지닌 근본적인 매력을 바라보게 하는 데 있다. 저자는 수채화를 잘 그리기 위해서는 최상의 퀄리티를 구현하기 위한 예술가적 안목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자 하는 대상에서, 빛의 움직임과 어두움을 비교하고, 색조의 끊임없는 변화를 감지하고, 그리고자 하는 대상 사이의 공간을 주목할 것. 그렇게 대상을 충분히 관찰하고 어떻게 그릴지 머릿속에서 먼저 생각한 후, 물감을 섞고 붓질을 했으면, 물감이 종이 위에서 스스로 마법을 펼치도록 내버려둘 것, 이것이 바로 수채화 그리기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화가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면 형태, 색조, 선, 색깔 등 그림이 필요로 하는 요소들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고, 그런 시각적 통찰을 통해 새로운 기쁨을 발견하게 된다. 모든 것은 오직 주변과의 관계 속에 존재할 뿐, 절대적인 색깔이나 색조란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가 주변에 영향을 주면서 전체로서의 이미지를 이룬다. 어떤 특징이나 대상을 따로따로 고려하기보다 그들 간의 관계를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화가의 기쁨이고 영원히 마르지 않을 영감의 원천이다.” _ 113p
130여 점의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하며 다감한 철학자 같기도 한 화가의 내공 깊은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마음속의 주저함을 떨쳐버리고 흰 종이 앞에 붓을 들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수채화를 그리면서 수없이 좌절해 본 사람이라면 누군가에게 절실히 듣고 싶었던 바로 그 팁을 이 책에서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