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장자 해석의 특징으로는 첫째, 언어에 밝은 친구 혜시의 자극으로 말미암았을, 말에 대한 장자의 고양된 의식에 유의한 언어 중심 해석 노선에 따라, 유의미하게 발화되는 언어를 구조적으로 지탱하는 환유 축과 은유 축을 텍스트 분석과 해석의 주요 틀로 삼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다. 예컨대, 이 책에서 장자가 손수 쓴 장자 서문이라고 간주하는 우언 편/천하 편이 가까이 환유하는지의 여부를 "장자" 원본과 여기에서 파생된 위작을 가르는 기준으로 삼아 외편과 잡편 대부분을 번역과 분석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나, 이런 제외의 온당함을 잡편에 속하는 칙양 편에서 거의 그대로 되풀이된 우언 편 한 구절의 뜻이 원래는 정반대의 다른 의미였음을 보여주는 비교 분석으로 뒷받침한 것도 언어 중심 해석 노선에 입각한 분석과 해석의 결과다. 또한 저자는, 우언 편과 천하 편이 환유하는 범위 속에 들어오는 장자 텍스트의 선후ㆍ본말을 존중하는 쪽으로 책의 목차 내지 얼개를 구성했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런 선후ㆍ본말을 살핀 저자는 심지어, 내편의 편 배열 순서도, 유의미하게 발화되는 언어를 구조적으로 지탱하는저 양축에 대한 민감도가 남달랐을 장자 자신이 정해 놓은 대로일 것이라는 추정을 내놓고 있다. 나아가, 이상의 적용 예들에서 시종일관 의식적으로 채택하고 있음이 분명한 해석 노선을 취한다면, 장자가 환유 축에 따라 조직한 내편 각 편을 하나의 유기적 전체로서 은유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을, 내편 각 편의 제목에 대해서도 참신한 풀이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런 풀이들이 얼마나 설득력 있는 것인지에 대한, 또 이들이 이 책이 취한 언어 중심 해석 노선을 얼마나 강력하게 뒷받침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독자 몫으로 남겨 둔다.
다음으로 지적할 수 있는 특징으로는 장자에 내재한 상호텍스트성(intertextuality)의 부각을 들 수 있겠다. 이 책의 이런 특징은 장자를 회임한 사상사적 맥락을 장자가 어떻게 해석하고 이용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 천하 편이라는 주장을 하면서 그 중요성을 강조한 데서 특히 역연한데, 서진西晉의 곽상이 편집한 대로 전해지고 있는 현행본 장자의 마지막 편이면서 장자의 서문으로 간주돼 오기도 한 천하 편은 이 책에서 난해한 내편 대목 해석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원천으로 십분 활용되고 있다. 한편, 장자 밖의 고전적 텍스트 가운데 이렇게 활용된 것으로는 도덕경, 역경, 논어, 상서 등이 있는데, 이 가운데서도 역경은 그 형이상학적 성격으로 인해 특히 주목된 텍스트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 책은 장자의 상호텍스트성을 부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바로 이런 상호텍스트성을 지렛대로 써서 난해한 구절 여럿을 명쾌하게 풀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경우로 응제왕 편의 호자가 무당 계함을 놀라게 해 쫓아버리는 대목을 역경을 참조하여 푼 대목을 들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방금 이야기한 바와 같은 상호텍스트성에 대한 주목은 장자의 문제 의식에 바로 연결되는데, 이를 한마디로 하면 피비린내 진동하는 전국시대에 한층 절실해진 평화를 진정으로 실현하는 길을 어디에서 발견하겠느냐는 것이다. 장자의 대답은 ‘하늘에서’라는 것인데, 전체적으로 이 책은, 평화가 절실하다는 문제 의식을 당대와 공유했던 장자가 당시 대두된 평화 관련 담론들을 나름으로 전유하여 내편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축조되었을 특유의 하늘 중심 형이상학이, 그것을 누리는 자들 사이의 사회적 평온과 양립하도록 구성됐음에도 극도로 폭넓은 자유의 조건이 되는 ‘데이터’에 근거한 통치 플랫폼에 다름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로써 장자와 데이터는, 당대의 문제 의식이 반영된 정치 담론을 새로운 형이상학적 틀에 담아, 국가를 중심으로 한 근대 정치 체제의 기초를 제공한 토머스 홉스의 리바이어던과 평행하게 놓이는 장자를 부각하고 바로 이 측면을 장자 해석의 전면에 내세운 것인데, 이런 해석을 통해 그 면모가 일신된 장자는 안심입명의 처세서가 아니라 평화 지향 정치철학의 고전이라는 것, 바로 이 명제를 발화의 역사적 맥락에 특히 유의한 저자 특유의 언어 중심 독해가 달한 결론이라고 보아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