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바로 나의 복수예요.”
책장을 덮으면 반드시 처음부터 다시 읽게 될,
충격적인 반전을 품은 사랑 이야기!
딱히 친구를 사귀지도 않고, 종종 학교를 땡땡이치며 불성실한 생활을 하는 고등학생 사하라 유키. 2학년 여름방학이 끝난 뒤 어느 날, 얼마 전 전학 온 미스미 사야카를 만난다. 어린 시절 같은 그림 교실에 다녔던 유키와 사야카. 6년 만에 다시 만난 사야카는 친구와의 마지막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사람들 앞에서 눈을 뜨지 못하는 심인성 행동 장애를 겪고 있었다.
인물화를 그리는 것이 자신의 ‘복수’이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야 한다고 말하는 사야카는 유키에게 데생 모델이 되어달라고 부탁한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당황하던 유키는 사야카의 간절함을 알게 되고 데생 모델이 되어 그녀의 복수를 돕기로 한다. 상대와 마주 보지 않으면 눈을 뜰 수 있는 사야카는 안대를 쓴 유키를 보며 인물화를 그려나가기 시작하는데. 이들은 그림을 그리고 복수를 완성할 수 있을까? 인물화를 그리는 일이 어떻게 복수로 이어지게 되는 것일까?
첫 출간이라고는 믿기지 않은 문장력과 탁월한 심리 묘사, 통통 튀고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반짝반짝 살아 숨 쉬며 극을 이끌어가는 힘이 뛰어난 이 책은 세심하게 안배한 사실의 조각들이 마지막에 하나로 모이며 책을 읽으면서도 미처 읽어내지 못했던 거대한 진실을 눈앞에 펼쳐놓는다.
6년 전 그림 교실에서 함께 그림을 그렸던 두 사람의 인연, 난치병 치료를 위해 사야카가 떠남으로써 갑자기 닥친 이별, 이별 선물로 준 하얀 여름 동백꽃 모양 머리핀 등 과거의 두 사람이 공유하는 추억과 현재의 두 사람이 쌓아가는 경험이 절묘하게 오버랩되며 두 사람의 감정에 또 다른 색을 덧입혀 나간다.
《보지 못하는 너에게, 보이지 않는 내가》는 풋풋한 첫사랑, 가슴을 따뜻하게 데우는 위로와 응원, 여기에 더해 서늘한 반전을 기대하는 독자라면 반드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책이 될 것이다.
“볼 수 없었던 세계가 너를 만난 뒤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상처 입은 두 청춘이 그려낸 구원과 성장이라는 이름의 시간
“그리고 난 누구나 무리하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기 위해서라면 갖은 무리를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해. 이건 내가 직접 겪고 깨달은 사실이기도 해.” (118쪽)
청춘들도 그들만의 고민을 가지고 있고 때때로 깊이 상처받는다. 젊기 때문에, 어리기 때문에 그들의 고민과 상처의 무게가 결코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어리고 여리기 때문에 그들이 입는 상처는 더욱 아프고 깊게 남는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이 시절에 입은 상처는 더더욱 오래가는지 모른다. 책은 이런 청춘들이 입은 상처를 날것 그대로 드러내고 그들이 서로를 위로하며 스스로 상처를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난치병 치료를 위해 요양원에 들어간 사야카는 그곳에서 만난 친구가 그려달라고 부탁한 자신의 초상화를 끝내 완성하지 못한다. 친구가 세상을 떠난 뒤 그토록 아끼고 사랑했던 사람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했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며 타인과 눈을 마주 보지 못하는 심인성 행동 장애를 겪게 된다. 어린 시절 천재 화가 소리를 들으며 열세 살에 그린 그림이 500만 엔에 팔리기도 했던 유키는 자신이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가족이 불화했다는 죄책감과 엄마에 대한 책임감에 천천히 시들어가며 살아가는 이유 따위 잊은 지 오래다. 이런 두 사람이 만나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를 내뱉고 받아주며, 그림을 그리고 그리도록 북돋우며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간다. 다 괜찮다는, 그동안 애썼다는 너무나 흔한 말이 이 소설 안에서 가슴을 울리고 읽는 사람을 울컥하게 만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어쩌면 ‘보지 못하는 너에게, 보이지 않는 내가’라는 제목은 두 사람의 마음이 만나 그동안 존재했으나 보이지 않았던 세상으로 나아가는, 둘의 세상이 확장되는 모습을 은유하는 제목이라 할 수 있다. 이 소설을 통해 모든 독자가 누구든, 어떤 마음이든, 어떤 삶이든 나 자신이 곧 하나의 작품임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