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인터뷰
1. 《태극처방》을 집필하게 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한의사의 방약 스타일이 개별 약재의 조합부터 시작해서 처방을 만들어내는 스타일인 경우 이 환자가 어떤 체질인지부터 시작해서 이 증상엔 어떤 본초가 맞는지, 각 본초들은 얼마나 사용할지, 그리고 주요본초와 보조하는 본초들을 어떤 식으로 배치하고 각 약재들이 작용에서 상충하지 않는지 등등 고민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저의 경우는 초창기에는 한약 처방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일주일을 고민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한 단계에서 임상경험이 늘어날수록 처방의 틀이 생기면서 빠르게 처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다만 시간이 지나도 계속 명확한 기준이 잡히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부분들은 따로 기준을 잡으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계속 감에만 의존해야 할 것만 같았습니다.
제 목표는 방약을 할 때 본초의 선택과 조합부터 처방의 의미로 이어지는 빌드업 과정에서 필요한 기준들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임상경험을 하면서 계속된 실패들과 수정의 반복과정을 거쳐서 수치화하고 프로토콜화하도록 노력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 《태극처방》입니다.
저와 같은 처방스타일을 추구하는 초보한의사분들의 길라잡이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태극처방》을 집필하였습니다. 또한 이미 임상에서 높은 수준의 처방 실력을 갖춘 한의사분들께도 제 책의 발상들이 약간의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기쁠 것이라는 마음으로 태극처방을 집필하였습니다.
2. 《태극처방》의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태극이란 음과 양으로 구분되기 전의 전체적 조화상태를 의미합니다.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누구나 육체와 정신은 특정 방향으로 치우쳐 있고, 이러한 치우침은 보통 세월이 흐를수록 성정과 생활습관으로 더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태극처방》은 이러한 방향성이 인체에 영향을 줘서 나타나는 병리적 치우침을 교정하여 가장 이상적인 상태, 즉 태극에 가까워지기 위한 처방의 기술을 서술한 서적입니다.
3. 《태극처방》만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상열하한의 상태를 교정하는 것은 한의학의 기본 치료원칙 중 하나입니다. 또한 습담 과다환자에게 제습, 거담치료를 하고, 음허 환자에게 보음을 하는 치료는 너무나 당연합니다. 다만 상열하한의 상태에도 상열과 하한의 강도는 다양합니다. 습담과 음허 협잡 상태에도 필요한 제습담(除濕痰)과 보음(補陰)의 정도는 제각각입니다.
그런데 방제상에 얼마나 상청(上淸)을 해야 하는지, 얼마나 하온(下溫)을 해야 하는지는 의자(醫者)의 감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습담 환자에게 제습담을 얼마나 강하게 해야 하는지, 음허 환자에게 보음을 얼마나 진하게 해야 하는지 또한 감에 의존하기 마련입니다.
의자(醫者)의 추상적인 생각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① 병리적인 한열의 세기를 수치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② 환자마다 받아들일 수 있는 보음과 제습(除濕)의 강도를 수치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③ 본초의 청열, 온양(溫陽)의 세기와 제습, 보음의 강도를 수치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태극처방》에서는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이러한 부분을 해결하도록 한 제 나름의 노력을 서술하였습니다. 《태극처방》은 환자 각각의 개인차와 본초의 성질을 수치화하여 어느 정도의 상청, 하온, 제습, 보음이 안전하고 효과적인지를 누구나 쉽게 도출할 수 있도록 보조할 수 있는 책입니다. 또한 단순히 이론만을 글로 나열한 것이 아니라 여러 사진들을 첨부하고, 뒷장에 구체적인 치험례들을 기록함으로써 독자분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습니다.
4. 한의사 선생님들과 한의대생들은 이 책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요?
약을 한 달 이상의 단위로 처방을 하다 보면 처음에는 약을 잘 복용하던 환자도 중간에 소화가 안 돼서, 설사가 나서, 두통이 생겨서 등의 각종 이유로 복용을 포기하는 경우가 꽤 생길 수 있습니다. 이는 결국 처방의 내용이나 본초의 조합, 용량이 장기간의 치료에 적합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주 정도의 짧은 기간 치료에서는 잘 맞지 않은 처방이라도 환자의 몸이 버티거나 약간의 부작용만 있는 정도에서 주소증만 잘 치료가 된다면 복용을 권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한 달간의 치료에는 《태극처방》의 방약방식들이 안전하고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환자의 주소증을 치료하는 정답 처방은 딱 한 가지가 아니고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그중에서 《태극처방》이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정답에 가까워질 수 있게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5. 이 책을 어떤 분에게 추천하시나요?
-한약을 한 달 이상의 복용기간으로 처방하시는 분
-한약을 효과적이되 부작용이 적게 처방하길 원하시는 분
-한열(寒熱)이 협잡되어 있거나 조습(燥濕)이 협잡되어 있을 때 약을 어떤 식으로 처방할지 헷갈리시는 분
-각 본초의 한, 열, 조, 습 세기 정도를 비교하고 싶으신 분
-몸의 한, 열, 조, 습의 정도를 수치화해서 생각해보고 싶으신 분
-인체의 음과 양의 차이를 줄여서 태극에 가까워지게 도와드리는 것이 목표이신 분
6. 추가적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시면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태극처방》에서는 장부변증을 하는 방식과 각 장부 변증에 적합한 본초선택에 대한 내용은 자세히 서술하지 않았습니다. 이 서적은 인체의 한열조습상태를 확인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수치화하여 적합한 본초를 선택하고, 용량을 정하는 ‘빌드업’ 과정을 서술한 책입니다. 읽어보시면서 임상에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