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곧고 강인한 어머니, 조마리아
1909년이 저물어 가던 어느 날, 총을 멘 일본 순사가 방문을 열고 들이닥칩니다. 아들이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에게 총을 쏘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어머니는 놀란 마음을 애써 누르며 이내 마음을 다잡습니다. 아들이 나라를 위한 일을 했음을 알게 된 어머니는 무섭게 을러대는 일본 순사 앞에서도 겁먹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호령했습니다. 올곧고 강인한 어머니이자 그 자신도 독립운동가였던 인물, 우리가 ‘안중근의 어머니’로 기억하는 ‘독립운동가 조마리아’의 이야기입니다.
당시 하얼빈은 중국 땅이지만, 러시아가 지배하고 있어 안중근은 국제법으로 재판받아야 했지만, 일본이 지배하고 있는 뤼순으로 끌려가고 맙니다. 일본은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세계 각국의 변호사들을 내치고 일본 관선 변호사에게 안중근의 변호를 맡겼습니다. 일본 관선 변호사는 나라에서 가려 뽑은 변호사임에도, 안중근은 정치범이기 때문에 사형을 선고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지만 일본 법정은 귀를 막고 결국 안중근에게 사형을 선고하지요.
조마리아는 행여나 아들이 명예로운 죽음을 선택하는 데 마음이 흔들릴까 염려하여 아들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마저 내려놓기로 결심합니다. 눈물을 속으로 삼키며 수의를 마련하여 보내는 것으로 아들에게 독립운동가로서 나라를 위해 옳은 일을 했다는 지지의 뜻과 어머니의 큰 사랑을 전한 것입니다.
안중근의 순국 이후 조마리아는 아들의 죽음을 헛되이 만들지 않고자, 러시아 연해주에 사는 동포들을 곳곳으로 찾아다니며 우리의 힘으로 독립을 이뤄 내자고 호소했습니다. 조마리아는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여인이라고 해서,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임시 정부 경제 후원회 위원으로 일하며 독립운동하는 자식을 둔 수많은 부모를 대신하는 독립운동가들의 어머니 역할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