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위의 소년이 전한 선물
한낮의 햇살처럼 빛난 우리의 우정
답답한 마음에 평소와 다른 길로 하교하던 주이는 골목에서 만난 유아와 친구가 된다. 유아도 주이처럼 잃어버린 걸 찾고 있다는 말을 듣고는 괜한 친근함을 느낀다. 유아는 그림도 잘 그리고, 주이의 이야기도 잘 들어준다. 유아는 주이의 고민 많은 얼굴을 보고는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내 마음과 상관없이 일이 생길 때, 기왕이면 좋은 쪽으로, 행복한 그림을 그려 봐.
그럼 신기하게 정말 그렇게 된다?”
연필깎이를 잃어버린 것도, 아빠의 비밀도, 할머니가 편찮으셔서 엄마의 마음이 아픈 것도 주이의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진 일들이다. 처음 겪는 일에 주이는 고민하지만 유아의 말처럼 힘든 일도 ‘좋은 쪽’으로 생각하면서 마음을 단단하게 해 본다. 유아가 주이에게 건네는 위로는 주이 마음속 그늘에 빛을 비춰 준다. 그리고 주이는 엄마 아빠에게 연필깎이에 대해 물어보고, 부모님이 말해 주지 않는 진실에 다가가는 용기를 내 본다. 연필깎이는 주이와 가족의 관계를 회복하게 도와주며, 유아는 그런 주이를 보며 잃어버린 것에 대해 더 이상 슬퍼하지 않게 된다. 우연히 만남이었지만 주이와 유아의 우정은 서로의 시간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더한다.
다정한 말과 진심 어린 마음으로 함께하는 사람들
골목에서 유아를 만나고, 사랑했던 할머니와 헤어지면서 주이는 삶과 죽음이 연속되어 있음을 어렴풋이 경험한다. 그리고 주이는 아빠가 삶을 떠난 사람들의 남아 있던 물건을 정리하며 생을 잘 매듭지어 주는 일을 한다는 것을 알고는 아빠의 대단함을 느낀다. 새로운 일을 선택하기까지 아빠는 많은 고민을 하고 가족과 갈등도 겪는다. 하지만 일에 진심을 담다보니 가족도 아빠의 마음을 알아주고 차츰 이해하게 된다. 주이 아빠의 직업인 ‘유품 정리사’는 아직까지 생소한 직업이지만 고령화 사회, 1인 가구가 늘어날수록 필요한 직업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이처럼 누군가 어려워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꽤 많이 있지만 그런 사람들의 고마움을 잊고는 한다. 박그루 작가는 눈에 띄지 않지만 우리의 삶을 도와주는 많은 사람들에게 따스한 마음과 응원을 전한다. 만남과 헤어짐, 그 속에서 성장하는 아이와 가족의 이야기는 멀리 있지 않는 우리들의 이야기라서 더욱 뭉클한 감동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