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명상으로
저자는 선방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모습이 명상의 전부가 아니라고 말한다. 요동치는 마음을 가만히 한 곳으로 모을 수만 있다면 일상의 어떤 활동이나 명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의 명상 수업에는 산책이라든가 음악 감상, 경전 읽기, 연필 깎기, 사탕 먹기 같은 것도 포함되어 있다. 이런 활동은 때와 장소도 가리지 않는다. 노트북 전원이 들어올 때까지,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빨간 신호등에 멈춰 섰을 때, 주전자 물이 끓는 사이, 주문한 음식이 나올 때까지, 이 모든 순간이 바로 깊이 숨 쉬면서 자기 자신과 접속하기 좋은 때라는 것이다. 이런 것들마저 번거롭다면 ‘한숨’조차 명상이 된다고, 저자는 그 문턱을 한없이 낮춰준다. 매일 쉬는 숨도 명상이 될 수 있다면 그래, 한번쯤 시도해보지 않을 이유도 없지 않은가.
“삶도 호흡이다. 들숨과 날숨처럼 끝없이 누군가와 생기를 주고, 받고, 나누는. … 명상은 특별한 게 아니다. 내가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 의도적으로 숨을 쉬는 것, 순수하게 숨에 마음을 모으는 것이다. 숨을 알아차리듯 마음을 알아차리고, 어떤 현상도 판단하지 않고 수용하는 일이다. 호흡을 바라보면 마음을 바라보는 힘이 자라난다. 자동화된 내 생각, 내 감정, 마음의 습관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렇구나’ 하고 마음이 짓는 고통의 끈을 놓는 지름길이다. 숨이 그렇듯 내 삶의 알파이자 오메가는 ‘나’다. 모든 게 나에서 비롯되고, 나로 끝난다. 나는 언제든 ‘품위 있게 앉기’에 합당하다.”(p.63)
가벼운 한숨부터 의식의 변형을 일으키는 체험에 이르기까지, 이토록 넓고 깊은 명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은 바로 호흡이라고 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호흡에 집중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명상은 언제든지 자신이 돌아가 쉬고 충전할 공간이 되어준다는 것이다. 그 공간이 점점 확장되면 어느 순간 그것이 단순한 평안을 넘어 지혜와 통찰로 넓어지고 깊어지며, 궁극적으로 삶의 연금술적 변화도 일어난다는 저자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하게 될 순간이 올 지도 모른다.
이론부터 실습까지
삼십대에 내면을 향한 여정을 떠났던 저자는 선禪 명상을 통해 겉으로 보이는 ‘부족한 나’ 안에 숨어서 반짝이는 ‘온전한 나’를 발견했다고 말한다. 그렇게 발견한 ‘참 나’를 이 복잡하고 어지러운 현실로 데려오는 일은 만만찮은 과정이지만, 저자는 그 과정을 다양한 수련법으로 정제해 이 책에 담았다.
각 장의 말미에는 일상에서 간단하게 실천해볼 수 있는 다채로운 명상법이 소개되어 있다. 불교를 비롯한 종교전통에서 온 수련법도 있으나 대부분은 아로마오일 향을 맡는다든지, 동네를 거닌다든지, 사탕을 녹여먹는다든지 하는 지극히 일상적인 활동이다. 감각을 차단하려 세속을 등진 구도자와는 달리 감각을 내면탐색의 도구로 활용하는 이 방식은 무엇이 진짜 내 욕망인지, 감정에 휘둘리지 않을 방법은 무엇인지, 외로움에서 벗어나 창조적 고독으로 가는 문은 어딘지, 내가 창조하고 싶은 나는 어떤 모습인지 응시하게 해준다. 홀로 고요히 앉은 가운데 자신과 세상을 관조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남는 것은 ‘나’ 하나라니, 한번쯤 경험해보고 싶은 경지 아닌가.
“새로운 인간공학이 필요한 시기이다. 나는 나를 어떻게 강화할 수 있나? 자기수련은 자기인식에서부터 출발한다. 내가 누구며,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살고 싶은가를 알아야 ‘나다움’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잘 모르는 나. 명상은 애인을 만나듯 공들여 자기를 만나고, 자기 자신을 체험하는 것이다. 만나보면 안다. 내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를. 나는 ‘아는 자(the knower)’, ‘듣는 자(the hearer)’, ‘보는 자(the seer)’다. 차곡차곡 명상을 쌓아가다 보면 나를 나이게 하는 그, 나의 주인을 알게 된다.”(p.34)
‘진짜 나’가 주인이 되어 창조해가는 삶,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일어나는 변화, 세상의 혼돈 속에도 흔들리지 않는 태산 같은 중심을 원한다면, 당신에겐 명상이 필요하다. 단순한 유행을 넘어 삶이 변화하는 마법이 되는 명상, 그 이론부터 실천까지 알차게 담긴 이 책을 통해 피어나는 봄의 신록처럼 변화의 기운을 두 팔 벌려 맞이해보면 어떨까.